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4)「어린이 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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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4)「어린이 찬미」
  • 한들신문
  • 승인 2021.05.1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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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박은주
방정환 글 / 눈감고그리다 그림 / 이주영 기획 / 현북스 / 2020.06
방정환 글 / 눈감고그리다 그림 / 이주영 기획 / 현북스 / 2020.06

 

어른들에게 들려주시오~

나무와 풀들이 파릇파릇 연초록을 뽐내는 5월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가족에 관한 그림책을 두 번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

어린이 찬미는 어린이날과 밀접한 방정환의 글이다. 그 당시 아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딸년', '아들놈', ‘애녀석따위로, 하대와 멸시의 존재로서 인식되었다. 방정환은 아이들에게 어린이라는 말을 널리 전하여 어린이를 어른들과 똑같은 인격체로 대해 줄 것을 주장하신 분이다. 방정환과 일찍이 어린이 운동을 함께 한 김기전 님은 나무를 보라, 그 줄기의 뿌리의 전체는, 오로지 적고 적은 햇순 하나 떠받치고 있지 아니한가?”라며 어린이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재작년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방정환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연구모둠, 강사모둠에서 방정환의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한 것이다. 아마 그때쯤일 것이다. 그 대열에 마음이나마 참여하고 싶어 우리 모둠에서 방정환의 사월 그믐날 밤책의 발제를 맡았다. 읽는 내내 글솜씨에 빠져버렸다. 익히 알았던 경지의 만년샤쓰칠칠단의 비밀을 뛰어 넘어서 말이다. 신문에 소개해 보고자 그의 작품을 헤아려보니 그림책은 별로 없었다.

어린이 찬미1924년 신여성 6월호에 실린 글 중에서 핵심이 되는 글을 골라내어 순서를 다시 정하고 요즘 사람들이 읽기 쉽게 다듬어서 그림과 함께 만든 책이다. ‘신여성이란 잡지에 실린 내용이라 상대는 어린이보다 어른이라는 점이 눈에 더 들어온다.

방정환은 어린이를 성인이 되지 못한 미완의 존재가 아닌 문화적으로나 감성적으로 그 세대만의 독특한 감성을 가진 독립적인 인격체로 여겼으며, 어린이야말로 장차 세상을 이끌어갈 꿈나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없었다면 어린이의 인권이 이만큼 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린이는 순 복덩어리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 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 어린이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 사랑하고 큰 자연의 모든 것을 골고루 좋아하고, 진정으로 친애하는 이가 어린이요, 태양과 함께 춤추며 사는 이가 어린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 것이 사랑이요, 또 모든 것이 친한 동무이다.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와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만 한없이 가지고 사는 이가 어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그대로가 하늘의 뜻이다.

 

고요히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긋하게 읽어 내려가는 찬미의 글에서 방정환의 아동관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어린이를 찬양하고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어린이 찬미, 어린이는 곧 하늘님이라는 뜻을 담아서 쓴 책이다.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자주 보면서 잘 배우라는 말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을 지키고 가까이하는 어린이, 복을 나누는 어린이, 평화인 어린이기에 성장하여도 그 마음을 유지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특히 그는 모든 어린이는 시인이라고 예찬했다. 고운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을 아름다운 말로 재잘거리면 그대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조금도 기교를 부리지 않는 대신 본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어린이를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문장에 의미를 가져본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고 모든 것이 행복이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감정을 쏟아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마저도 그 행복과 기쁨에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최근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로 온 나라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과연 그들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 얼굴에 슬픈 빛을 드리우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 어른들에게 소파(小波)의 다음 말을 들려주고 싶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 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가끔 시켜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 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우주의 뇌 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192351, 어린이날 선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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