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은데, 저희도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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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은데, 저희도 어려워요”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1.05.31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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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과 거창시니어클럽이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버카페 웃음(아래 실버카페)’을 두고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공적 자금으로 운영하는 실버카페가 서민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거창 내 일부 복지사들은 실버카페가 필요한 곳에 설치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거창군에 따르면 거창시니어클럽은 창조거리점, 읍사무소점, 복지관점, 수승대점, 도립대점 등 거창 내 총 5곳에서 실버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로 고용된 노인은 지점별 10명으로, 노인 고용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노인일자리사업으로서의 만족도도 높다.

시중 카페의 절반 가격
 하지만, 거창시니어클럽이 운영하고 있는 실버카페의 음료 가격은 시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3,000원~4,000원 정도 하는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실버카페에서는 1,500원~2,000원이다. 도립대점의 경우 기본가가 1,100원부터 시작한다. 다른 메뉴도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것은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받기 때문이다. 거창시니어클럽이 지원받는 국·도비와 군비는 사업장별로 연간 3,000만 원이다. 이 사업비는 참여자의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수당, 재료비 등으로 사용된다.

‘취지는 좋지만..’
 실버카페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시민들은 ‘손님이 많이 줄어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노인을 위한 사업이라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버카페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가격에서 경쟁이 안 되는 데다 실버카페가 들어선 이후 해당 근무지의 손님들이 끊겼다.”라며 “취지는 공감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실버카페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ㄴ씨도 “인구수가 많은 도시에서는 실버 카페가 생겨도 타격이 적은데, 거창은 인구수가 적다 보니 실버 카페가 생기며 손님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읍사무소점의 경우 공무원들이 외부 카페를 이용하는 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거창읍사무소에서 근무했었다는 공무원 ㄷ씨는 “외부 카페에서 커피를 들고 와 마시는 것조차 눈치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 아예 다 마시고 들어오거나 다른 카페에서는 사 먹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ㄹ씨는 “인근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피해가 있을지 없을지 심사숙고한 뒤에 양해를 얻고 추진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소홀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필요한 곳에 설치돼야
 상황이 이렇자 거창 내 복지 전문가들은 ‘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꼭 필요한 곳에 실버카페를 만들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거창 내 한 복지사 ㅁ씨는 “카페가 없는 면 지역에 실버카페를 만들었다면, 면 지역 노인의 고용 효과와 더불어 젊은 층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복지사 ㅂ씨도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난처해지지 않는 선에서 거창군이나 시니어클럽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실버카페는 시장형 사업으로, 일자리 수까지 국가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고 인건비 지출 비율 등 여러 평가도 있는데, 대부분 매장의 매출이 적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은 공모 사업을 통해 조성해 이전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운영 시간이나 가격 등 다른 카페와 협의해 최대한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라면서 “코로나로 인해 저희도, 다른 카페도 다 어려운 상황인데, 다들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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