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창포원, 흐뭇한 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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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창포원, 흐뭇한 정원입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05.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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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얼마 전, 살짝 배 아픈 일이 있었다. 함양 상림공원이 원인이다. 역사를 품고 진화해 가는 고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신라’를 소환하고 ‘최치원’을 등장시키고 규모도 자그마치 21만 제곱미터 약 6만 3천 5백여 평이다. 하물며 인공림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의지를 갖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고 지금까지 지켜냈다는 것이다. 실은 그래서 보러 간 것이다. 굳이. 
 배가 아픈 것은 지금부터이다.
부근에 다다르니 일요일이어서인지 왕래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쾌활하고 표정들이 유쾌해 보였다. 마스크를 써도 공기가 그랬다. 가족 단위로, 부부로, 친구들끼리, 외국계 노동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하물며 청소년들은 고함을 지르면서 공을 차고 있는 팀도 여럿 보였다. 공원 초입에 엑스포를 위한 건물이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구역별 각기 다른 요소들이 동선을 따라 있었고 이정표도 친절하고 흥미로웠다. 걷는 내내 계속되는 설치물과 안내가 저마다 다르게 혹은 통일감 있게 있어서 버성기지 않았고 ‘자연’스러워서 불편하지 않았다. 
 고즈넉한 상림숲을 기대하며 차를 타고 들어갈 때는 미처 몰랐는데 나오면서 보니 편의 시설들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어 안심이 되었다. 관광지 앞에 호객행위의 밥집들과 전국 통일의 기념품 판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주민들의 생활 구역과도 인접해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 보였고 멀리서 다니러 오는 우리 같은 나그네들도 전국 표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겠다는 편안함이 있었다. 아... 부럽다. 함양 주민과 대한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 그것도 묵직한 소나무 숲의 역사를 품고 진화한 공원. 함양이 상림공원에 산삼항노화엑스포를 유치한 것은 신의 한 수로 보였다.
 이즈음 현타. 거창은? 하지만 내 영역 밖의 일이다. 아픈 배를 달래어 부러움을 꿀꺽 삼켰다. 
 지난 15일 서울서 지인 부부가 와서 함께 수승대를 먼저 갔다. 오래전, 우연히 들러 자연의 ‘기가 막힘’을 경험했던 곳이어서 지금 만들어진 인위적인 주변 시설과 현재 공사 중인 금문교(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축소판 즈음 보이는 다리는 차마 눈을 가렸으면 하는 심정의 울컥함이 있었다. 다만, 그때보다 청결해진 것은 다행이었다. 그리고 수승대는 사람의 손이 저의 가치를 훼손하든 말든 여전히 묵직한 바위와 유구한 세월 청정한 물이 쓰다듬어 착해진 돌들이 ‘자연’의 위대함을 저 스스로 지키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으로 가볼 곳은 우두산 출렁다리였다. 저런저런! 코로나 때문에 출입금지였다. 이해되지 않았다. 실망, 실망, 대실망. 도대체 일관성 없는 이 조치를 미워할밖에. 큰 실망을 하고는 계획에도 없던 창포원을 내비게이션으로 찾아 목적지를 변경했다. 자동차 안에서 거창군민으로서 괜히 미안한 마음에 오버하여 코로나 통제에 대해 성토를 하고 또 하다 보니 벌써 창포원 주차장이었다. 어라... 여기는 통제하지 않는다!!!
 게다가 마침 개장식 직후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읍민들로 보이는 삼삼오오 가족 단위, 그리고 전시 판매하는 천막 부스가 남아 있었다.
 큰 기대 없이 길 따라 걸었다. 다시 어라... 기대 이상, 아니 훌륭했고 흐뭇했다. 거창에도 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이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있다!!! 그것도 특정 식물, 창포의 총집합장인 식물공원이 거기에 있었다. 뿌듯했다. 
 창포원을 둘러보면서 가장 으뜸가는 자랑거리를 발견했다. 자연의 생태계를 존중하여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인간이 이것 봐라, 우리의 실력과 위엄을 보거라 하고 외치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함께 협력하여 아름다움과 쓸모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조력자적 정체성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탁월한 선택, 입지 조건이 단연 돋보였다. 이곳 물과 늪을 관리하기 위해서인지 식물원이 우선 키워드였는지 프로젝트의 처음 동기는 알 수 없지만, 거창이 황강을 지지 응원하고 가치 부여했다는 점에서 몹시 흥분되었다. 멋지다!! 자연은 모름지기 역사보다 상위 질서이다. 강과 늪과 삶이 억지스럽지 않게 조우하게 한 입지 조건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청산유곡의 심오한 자연을 보기 위함이 아니고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한 늪이 주인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의 기술이 영웅 행색도 하지 않아 “거창의 정원”이 된 것이다. 경남 1호 도립정원이 되었다니 유의미한 일이다. 세월이 흐르면 이 또한 역사가 된다. 이후 주요한 세미나나 엑스포가 개최되면 좋겠다. 일이 있어야 유지관리보수가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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