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마흔여덟 번째]불안정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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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마흔여덟 번째]불안정할 권리
  • 한들신문
  • 승인 2021.05.3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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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시설 입주자는 불안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태수 씨가 4년째 아르바이트하던 미용실에서 난리를 피웠습니다. 용모가 단정하지 않다고 사장님이 한마디 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물건을 차고 던지고, 급기야 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사장님의 만류에도 멈추지 않아 시설 직원이 가서 말렸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물었더니, 씻으라는 말에 화가 났답니다. 미용실 직원으로서 용모를 단정히 하자고 사장님과 시설 직원이 종종 말했습니다. 그 말이 스트레스였고 차곡차곡 쌓였던 모양입니다. 어찌할까요? 어떻게 수습할까요?


 시설 입주자의 특별한 상황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내쳐질 수도 있습니다. 관계가 회복될 수도 있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내 처지에서 이해해 주기 바라며 분통을 터트릴 수도 있고, 그 사람 처지를 이해하며 후회하고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태수 씨도 이런 상황에 놓인 겁니다. 심판받거나 사례 회의에 부쳐질 것이 아닙니다. 문제 행동으로 다룰 것도 아닙니다. 여느 사람처럼 울고 웃고 화내고 슬퍼하고 기뻐할 권리가 있습니다.


 감정이 지나쳐서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협이 될 때, 불안정한 감정이 지속할 때, 그때는 도와야겠죠. 상담, 진료, 복약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와 약에 너무 혹은 자주 의존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상담·치료·약을 배제하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상담·치료·약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자주 짜증 내고 종종 거칠게 화내고 욕하고 무기력한 경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지나친 슬픔과 기쁨, 잦은 짜증과 무기력함은 그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배경과 대상이 있습니다. 단체생활의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환경이 시설 입주자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 보입니다. 집단 활동이 일상이고, 자기 계획과 일상이 없거나 통제되고, 직원의 지원이 간섭처럼 느껴지고, 간섭하는 사람이 상시 옆에 있다고 느낄 때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해 보입니다. 


 집단 활동을 줄여야 합니다. 자기 계획과 일상이 있고, 당사자가 선택·통제하는 일이 많게 합니다. 자기 일상과 인간관계로 만나는 사람이 있게 돕습니다. 시설 안에서, 시설 입주자끼리 어울리는 것을 줄입니다.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집단 활동을 줄이는 노력 없이, 개인의 일상을 늘리는 노력 없이는 시설 입주자의 불안정한 감정은 지속하고 악화할 겁니다. ‘문제 행동, 도전 행동’으로 평가받으며, 입주자와 직원과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힘들게 할 겁니다.
 좀 너그러우면 좋겠습니다. 행동 하나하나 문제 삼아 ‘사례 회의’에 부치면 당사자와 직원 모두 ‘문제’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문제’ 삼는 횟수만큼 ‘인정’하려고 애쓰면 어떨까요? 문제 삼는다면, 이유가 뭔지 배경이 뭔지 환경은 어떤지 살피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환경을 살핍니다.


 직원의 할 일이 많고 지원해야 할 입주자가 여럿이라 시간과 여건이 만만치 않죠. 그러니 지혜가 필요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입주자를 제대로 돕고 싶다면 공부하고 궁리해야 합니다. ‘직원이(내가) 어떻게 해 보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입주자의 감정을 감정으로써 맞서면 변화는 없습니다. 감정을 통제하거나 지도하는 것은 임시방편이며, 상황을 지속시키고 악화시킬 뿐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가족과 친구와 이웃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미용은 미용실에서 미용사의 도움을 받고 팔이 부러지면 의사의 도움을 받듯, 그 과정에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하듯, 전문가와 둘레 사람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해야 합니다.


 감정은 대상이 있고 관계에서 비롯합니다. 그 관계를 살피고 살려야 합니다. 당사자의 생일 졸업 결혼·이사·구직·실직·입원 같은 일상에, 가족·친구·이웃의 생일·결혼·출산·이사·입원·장례 같은 일상에 참여하며 어울리게 합니다. 이런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다움의 실체가 이런 것이고요. 가족·친구·이웃의 경조사에 함께하며 사람 구실 하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권리가 있습니다.
 불안정할 권리가 없으면 불안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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