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행정 편의에 우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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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행정 편의에 우는 마을
  • 한들신문
  • 승인 2021.05.3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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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시골에서 산다는 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자연과 항상 함께하면서 일상을 영위한다는 것이고 좋지 않은 건 아마도 도시보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복지나 생활 편의 시설 부족을 들 수 있지 않나 싶다. 4월의 신록과 5월 자연의 화려함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고 잠깐씩 느낄 수는 있어도 이곳 시골에서처럼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을 온전하게 지켜보면서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5월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선 많은 농사일을 즐기면서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긴 하지만 어쨌거나 5월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다. 


 반면, 면 단위의 시골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마도 그 첫 번째는 자재 구매가 아닐까 싶다. 웬만한 자재는 읍으로 가지 않으면 살 수 없어 왕복 1시간이 걸리더라도 농사를 위해 바로 자재를 구매해서 처리를 해야 한다. 시골살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불편은 각오했기 때문에 이런 점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산불 감시 기간에는 마을 어른들이 소각을 잠시 멈추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해 질 무렵 여기저기서 비닐 태우는 냄새가 진동한다. 어쩌다 한 번씩 스티로폼을 태울 때는 시꺼먼 연기가 온 동네를 뒤덮는다. 환경을 해친다느니, 다이옥신이 배출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마을 어른들께는 남의 나라 얘기다. 이런 소각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아둔 비닐을 비용 부담 없이 가까운 곳에 버리게 한다면 소각 행위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마을 규모에 상관없이 마을마다 재활용 시설을 설치한다면 마을 어른들의 비닐 소각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활용 시설이 군의 행정 편의 때문에 우리 마을같이 일정한 가구 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독립 마을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설치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리 마을은 현재 24가구가 살고 있다. 예전에 군청에 가서 마을로 독립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니 30가구 이상이 되어야 이장 및 마을 독립 예산을 가질 수 있다고 조례에 명시되어 있어 조치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면 단위의 인구는 자꾸 줄어들고 있으며 현재 30가구가 안 되는데 앞으로 30가구를 넘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우리 마을에는 쓰레기 재활용 시설이 없으며 쓰레기 재활용을 위해선 다른 마을까지 차량을 이용해서 이동해야 하는데 자체 이동 수단을 가지고 계신 어른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당연히 마을 어른들은 발품을 팔아가면서까지 재활용 쓰레기를 따로 모아서 갖다 버리지 않는다. 생활 쓰레기 수거는 마을 회관 앞에서 1주일에 1회 이루어지는데, 이때 재활용 쓰레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웬만한 재활용 쓰레기는 소각된다는 얘기다. 비닐, 플라스틱류, 각종 모종판 등 도시에서 소각할 경우 환경 오염된다며 난리 치는 모든 종류가 다 포함되어 있다. 나 같이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귀농인은 다른 마을에 재활용 쓰레기를 갖다 버릴 때마다 그 동네 어른들의 핀잔을 듣는다. 왜 이 마을 사람이 아닌데 우리 동네에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가냐며 성화다. 설명해 드려도 막무가내이고 내 얼굴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매번 나를 볼 때마다 같은 잔소리를 하셔서 나도 모르게 하루를 불쾌하게 시작하게 된다. 우리의 잘못이 아닌데 왜 주민들끼리 말썽의 소지를 안아가면서까지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마을 가구 수에 상관없이 쓰레기 재활용품 분리수거 시설이 모두 설치되어야 하고 비닐의 경우 비닐 수거용 자루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 소각 작업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환경오염은 물론 산불 발생의 위험이 계속 존재하게 될 것이다. 군청은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은 조례를 폐기 처분하고 면 단위 주민들의 생활 편의 및 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마을에 쓰레기 재활용 수거 시설을 설치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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