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의 취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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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의 취업 3
  • 한들신문
  • 승인 2021.05.3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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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연 조합원

20년 넘게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전업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고 도전한, 채 1년이 안 되는 기간, 나는 어느새 수습생을 거쳐 권고사직도 당하고, 실업급여 수혜자도 되고, 면접 낙방의 쓴 잔도 맛보고, 취업 추천까지 받았고, 실로 많은 경력을 쌓으며 좌충우돌하고 있었다. 처음 내가 일하려고 마음먹었던 취지마저 모호해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일단 나의 조건을 정리해 보자.
첫째,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고, 약 10분 내외로 오갈 수 있는 일터를 찾는다.
둘째, 출퇴근 시간이 정확할 것,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곳이어야 한다.
셋째, 말이 필요 없는 일이어야 할 것. 그동안 쓸데없이 목을 너무 많이 썼다. 
넷째, 조리사 자격증을 살릴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우와! 있다. 한 군데. 곧바로 면접을 보고 현재의 일이 정리되는 대로 바로 출근하기로 했다. 
 또 있다. 두 군데. “직장이란 게 4계절은 겪어봐야 알지 겨우 1달하고 안 맞는다는 걸 어찌 아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6개월 후에 얘기하자.” 
사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사무실을 나갔다. 
 여기도 있네. 세 군데. 전에 자격증 따기 전 시간제로 일하며 처음 일을 익혔던 곳에서 전화가 왔다. 새로 사업장을 차렸는데 함께 일해보자고. 어머나, 어찌 이런 일이!!! 이 나이에 세 군데서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다니!!!
 다시 정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나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업을 생각하고 준비한 때로부터 14개월이 되었다. 맹모 아니어도 삼천은 가능하여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되었다. 3번 만에 안착한 이곳에서 어느덧 첫겨울을 나고 봄도 지나 이제 여름을 맞으려는 때다.
 그 준비 기간 동안 조리사 자격증 그리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엇보다 더 반가운 것은 오랜 세월 미뤄 두었던 운전 면허증을 땄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자격증이 다 예순이 넘어서 이룬 것이다. 어린 시절 허약 체질의 표본과 같았던 내가 꾸준히 발전하여 오늘의 강인한 커리어 우먼이 된 것을 자축한다.


 지금은 조리사로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어쩌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써먹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나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경험은 곳곳에 깔렸을 테니까.
 우선은 그동안 나를 실어 나르느라 애쓴 친구들을 태우고, 아슬아슬한 초보운전을 선보이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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