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팝콘】비커밍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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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팝콘】비커밍 제인
  • 한들신문
  • 승인 2021.06.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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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정 조합원

18세기 영국의 햄프셔에서 태어난 제인 오스틴은 <이성과 감성>으로 작가로 데뷔했다.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그녀의 사랑과 작가가 되기까지 시대의 통념과 인습을 거스르고 자신만의 길을 간 이야기를 줄리언 젤롤드의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영화이다.   
 여성에게 상속이 되지 않아서, 결혼만이 여자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유일한 길이었던 시대였다. 여성의 최고의 미덕은 딸로서 효를 다하고 자매로서 우애를 다하며 결국 어머니가 되는 것이었던 시절. 여자가 통찰력과 재능이 뛰어나면 감추어야 하고 잘난 척하는 것은 금기시되던 시대. 여자가 똑똑하다는 것은 위험한 재능이었던 시대에 사랑보다는 글쓰기로 자신을 드러내었던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덕망 있는 시골 목사의 딸인 제인(앤 해서웨이)은 여러 형제자매들과 가난하지만 자유분방하고 존중받는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돈과 권력을 가진 위즐리의 청혼을 받고 있다. 끌림은 전혀 없고 매력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가슴 떨림이 없는 남자이다. 그런 그녀가 가난한 집안의 변호사 출신, 톰 르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의 방문을 받게 된다. 대법관인 톰의 외삼촌은 놀기 좋아하고 방탕한 일면이 있는 그에게 자신의 재산을 ㅣ상속받고 싶으면 그 자신을 증명하라며, 근신의 의미로 톰을 깡촌 햄프셔 친척집에 보낸 것이다. 여성편력이 심하고 가볍게만 보이는 그에게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이야기도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인은 그를 마음속에 담게 된다. 
 집안의 빚과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부유한 위즐리를 외면하고, 남편감으로서는 최악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을 택하게 될 딸이 엄마는 염려스럽다. “사랑은 있으면 좋지만, 돈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거야”라고 일갈한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주를 결심한 제인과 톰은 런던까지 마차를 타고 가게 된다. 우연히 그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편지를 보고 그 가족의 유일한 생계의 근원인 그를 빼앗는 기분이 든 제인은 다시 햄프셔의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글을 쓰게 된다. 톰과의 만남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오만과 편견>을 완성하여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글쓰기에만 매진한 그녀는 유명한 작가가 되어 있다. 그녀의 출판 기념회에 그녀의 오빠 헨리는 톰을 초대하게 된다. 톰은 장성한 딸을 가진 지긋한 중년의 남자가 되어 그녀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 이름이 제인인 첫딸을 동행하고서 말이다. 그녀의 딸은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이다.
 제인 이후에 100년 이상이 지난 뒤 그녀의 발자취를 따른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연수입이라고 했다.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자신을 오롯한 존재로 서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오늘이라고 다르지 않다. 시인 최영미 씨는 자신의 데뷔작에서 과감한 성적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문학 판에서 그 글을 빌미로 추행과 수많은 불편함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여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세계를 꿋꿋이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세인들의 지지를 얻어낸 그녀를 응원한다.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유명하다는 제인이 되기(Becoming Jane)까지의 독립적인 삶을 영위했던 그녀의 삶을 후세의 우리들은 격렬하게 지지하고 동경하게 된다, 
 한 여성이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도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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