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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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
  • 한들신문
  • 승인 2021.06.2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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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운섭 전 거창사건유족회장

이 기고는 고 김운섭 전 거창사건유족회장이 거창사건 당시 겪은 경험을 책으로 만든 ‘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입니다. 한들신문은 당시 김 전 회장이 겪은 생생한 경험담을 기고로 옮기면서, 생동감을 전하기 위해 책에 사용된 표현까지 그대로 인용함을 알려드립니다.

▶ 차  례 ◀

신축
실망◀
태풍 그리고 국회 활동◀
제4회 학술발표회(서울대2회)◀

제51주기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

 

실망
 신축공사를 하면서도 유족회 일은 소홀할 수는 없었다. 4월 3일 서울대와 합의한 공청회 내용을 거창군 자치행정과 신광범 과장 이선우 계장에게 설명을 하고 보조금 2천만 원을 서울대 법학연구소 소장과 계약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강두 의원이 80%를 장담한 특별법이 4월 임시 국회 회기가 다 되어 가는데도 오리무중이다.
 4월 28일 일요일 13시 10분차로 총무와 재무를 데리고 상경하여 월요일 국회로 가기 위해 신촌 신도장 여관에 들었다. 신촌은 국회와 가깝고 여관도 많으며 지리도 잘 알기 때문에 편리했다. 신원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 
 집에서 거창시외버스터미널까지 30분, 서울남부터미널까지 밀리지 않으면 3시간 40분 지하철로 신촌까지 40분, 대진고속도로가 생겨 30분 빨라진 시간이다. 이런 길을 때로는 월 세 번 이상 왕복할 때도 있다. 4월 29일 09시 여의도 한나라당사로 이강두 의원을 만나려고 갔는데 사전 약속을 했는데도 11시가 다 되어 면담이 이루어졌다. 짜증이 났지만 어쩌랴, 임시국회가 끝나 가는데 법안이 오리무중이다. 이 의원 80% 장담은 말이 없고 원유철 의원을 불러 행자위에서 다루기로 했으니 따라가 보란다. 
 우리 셋은 원 의원을 따라 국회본청 국회의원만 드나드는 정문으로 들어가 행자위 앞에서 기다렸는데 행자소위 일정이 취소되었단다. 이의원의 기만(欺瞞)인 것 같았다. 
 농촌에 바쁜 일 제치고 왔는데 80% 장담해 놓고 곤란하니까 기만술로 따돌리려한 데 분노가 치밀었다. 
 어쩌랴 애타하는 우리의 뜻을 전해 달라고 원유철 의원에게 부탁하고, 거창사건 등 처리지원단으로 발길을 돌려 김명진 단장을 면담하고 합동위령사업비 27억 추가분 차질 없이 반영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로 한인섭 교수를 찾아가 공청회를 통한 거창사건 내력지, 국회 자료집, 재판 자료편, 신문편을 내는데 구체적인 계획서를 내달라고 부탁을 하고, 수재들만 모인 서울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니 막차를 놓쳤다. 우리 셋은 종로에 있는 여관방에 들었는데, 산청 정재원 회장이 좀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걸림돌 같은 산청 함양이라 내키지는 않았지만 할 말이 있다는데 못 만날 이유도 없다. 
 정 회장은 기(氣)하며 사람들의 운명을 점 쳐주고 돈을 잘 벌었다. 여관 근처 식당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우리 법에 묻혀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고충을 말하는데, 그는 같이 힘쓰자고 맞섰다. 그러면서 작년 위령제 때 이철수와 임호섭이 자기를 외진 곳으로 부르더니, “왜, 산청·함양이 앞서가려고 하느냐? “앞서가는 게 뭐가 있느냐? 따라만 와라.” 그러겠다. 문철주와 김운섭이와는 가까이할 필요가 없다. 둘은 허수아비다. 모든 일은 우리 둘이 한다. 기가 막혔다. 열심히 뛴 보람이 이것인가? 정재원 회장은 산청 함양과 같이 하자는 것이다. 정 회장과 헤어져 여관방에 와 곰곰이 생각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산청 함양은 등자에 묻혀와 전 유족들이 못마땅해하는데 그 책임자를 불러 따라오라 하고, 회장과 총무를 허수아비라 하면 그들이 우리 유족회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했듯이 망신만 시키는 그 둘을 좀 더 지켜보리라.

 

태풍 그리고 국회 활동
 2002년 7월 5일 태풍 ‘라마손’의 영향으로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쏟아진다. 새집으로 입주한 지 25일째 지붕을 조립식 판넬로 덮어 날아갈까 걱정을 했는데 무사히 지나갔다. 20여 일 만에 또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들었다는 예보에 바람이 불더니 비껴갔단다. 8월로 접어들어 날씨는 푹푹 찐다. 
 9월 정기국회에는 특별법 개정안과 추가분 예산을 반영시켜야 하는데, 이강두 의원의 방관적 태도에 실망이 크다. 특별법도 80% 장담해놓고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정치인들의 언어와 약속을 믿는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1995년 2월 10일 자 세계일보 백영철 정치부 기자가)라고 했다. 
 서당 개 3년이면 천자문을 읽는다 했듯이, 국회를 드나들며 국회의원을 상대하다 보니 입법 절차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법안이 초안되면 관련 국회의원에게 주어 다수 의원의 서명을 받아 국회 법제처에 접수를 하고 검토가 되면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발의자의 제안 설명을 들은 다음 소위로 넘겨진다. 
 소위에서 심의가 되어 상위로 올라오면 상위는 다수결로 정하여 통과되면 법사위로 넘겨지는데 이 과정이 순탄치가 않다. 내가 아는 절차다. 법사위에 올라온 법안은 발의자의 제안 설명을 들은 다음 소위로 넘겨져 또 심의를 하여 상위로 올라와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본회로 넘겨진다. 본회의에서도 발의자의 제안 설명을 듣고 표결 처리한다. 9월 5일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가 엄청난 피해를 냈다. 
 신원면에도 물 내려가는 제방은 거의 다 유실되었으며 거창에서 김천까지 가는 강가의 논밭도 싹 쓸어버렸다. 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거창을 둘러보고 재해 지역으로 지정했다. 9월 정기국회에 매달릴 계획이 물난리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 물은 무서운 것이다. 불난 자리는 흔적이라도 있는데 물이 할퀴고 간 자리는 흔적도 없다.

 

제4회 학술발표회(서울대2회)
 거창양민학살사건은 세인들이 다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젊은 계층은 아니다. 유족들에게 절실한 것은 명예회복에 관한 배상인데, 그것을 해결할 국회의원이나 행정가들은, 거창사건이 억울한 사건이라는 전제는 사회공감대가 형성(形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권위(權威)있는 서울대 법학 연구소 한인섭 부학장이 주축이 되어, 학술발표회를5회 열기로 하고, 2002년 10월 18일 14시에서 18시까지 2번째 학술발표회가 거창 문화 복지센터에서 열렸다. 
 먼저 한인섭 교수가 학술발표회 취지 소개를 하고 김태호 거창군수의 인사말 순으로 시작되었다. 
사회: 김도균 서울대학교 법대교수
주제발표: 박명림 연세대학교 국제 대학원교수, 전쟁. 정치 그리고 진실 거창사건충격영향. 의미서설. 
한인섭: 서울대학교법대교수, 1951년 거창사건 형사재판의 검토. 
지정토론: 안철형 경성대 정치외교학교수, 김창록 부산대 법대교수
 나는 유족회 대표로서 교수님들 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장 그리고 관심 있는 관중 앞에서 인사말을 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 

 


<인사말>
 한 시대에 가장 불행했던 “거창양민학살사건” 정립을 위하여 학술발표회에 자리를 같이하여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서울대 법학연구소 한인섭 부학장님과 먼 이곳까지 오셔서 주제와 토론을 하여주신 교수님들 유족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행사를 후원하여 주신 김태호 군수님 고맙습니다. 학술발표회를 계기로 왜곡 허위 날조된 거창양민학살사건이 세상에 바르게 알려져 사회공감대가 형성되어, 유족들의 한을 풀 수 있는 특별법개정이 입법화되기를 바라며 인사에 가름합니다. 
2002. 10. 18.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 김 운 섭


 

 유족들의 노력에 혹자(或者)들은 해묵은 사건을 들춰내, 돈이 나타내려고 한다는 혹평(酷評)을 하는데, 국가가 잘못한 행위에 대해 진실을 밝혀내고, 억울하게 당한 희생자 살려내지는 못할지언정, 응분의 배.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는 거창양민학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 못하게 장검장치를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날 공청회는 군민들과 특히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여 관심 있게 경청함으로 성공리에 마쳤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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