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상식이 통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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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상식이 통하는 사회
  • 한들신문
  • 승인 2021.06.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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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유월에 접어들어 많은 뉴스가 난무했지만 한 가지 뉴스가 내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어느 공군 여중사의 자살 사건이다. 남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상급자에게 신고했으나 돌아온 것은 2차 가해밖에 없었고 결국 스스로 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던 현실이 참담했다. 군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인권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여전한 폐쇄성과 예전의 구태의연한 대처 방식이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에도 버젓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여성 인권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보여 준다.
 특히 군대의 경우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사회인만큼 상급자의 위력으로 부당 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이를 가중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런 법이 정확히 지켜질 수 있도록 전담 감시 기구 또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기저기 살펴보면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곳 시골도 알게 모르게 여성들이 많은 불평등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 나의 아내는 약 2년 전까지 읍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아내의 나이도 있고 농사일이 많아져서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둘 것을 아내에게 요청했고 아내는 내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밭에서 아내와 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옆 밭에 있던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밭으로 놀러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아내가 직장을 그만둔 것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충분한 타당성이 있었다. 시골에서 여자들이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육아 부분이고 나머지 하나는 식사이다. 농사를 지으면 밭에서 같이 힘들게 일 하고 집에 들어가더라도 남자는 쉬고 여자는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장 생활을 계속 유지하게 되면 이런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두 가지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결정이 잘못된 것이란다. 
 나의 경우 애들이 독립해서 육아의 부담은 없지만 식사 준비는 거의 아내가 하기 때문에 그 아줌마의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가사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으며(나 자신도 아직 그런 경향이 많으며, 이를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 가사를 분담하려고 하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다. 특히나 예로부터 농경 사회는 가부장적이어서 가정에서의 남성의 권위가 여성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어 이의 영향이 아직까지 많이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다행스럽게도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남편은 설거지를 전담하기도 하고 같이 밭에서 일하더라도 식사 준비를 위해 여성이 일찍 귀가해서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나도 가끔씩이긴 하지만 설거지를 하기도 하고 빨래를 널고 걷는 것도 적극적으로 돕는 편이다. 주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나 통계에 따르면 가정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도 아직까지 많다고 한다. 가정 폭력은 남의 가정일이라며 애써 모른 척할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보아야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폭력은 그 자체가 범죄다. 
 세상을 스스로 버린 공군 여중사는 주위가 모두 깰 수 없는 단단한 벽임을 깨닫고 얼마나 좌절했을까?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부분에 대해 무관심으로 대처해선 안 된다. 어느 예능 프로에서 외쳤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그냥 예능으로 끝나야지 세상살이에 적용되어서는 큰일이다. 세상을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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