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7)「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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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7)「최고로 멋진 놀이였어!」
  • 한들신문
  • 승인 2021.06.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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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임혜윤
말라 프레이지 글·그림 / 육아리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4.7
말라 프레이지 글·그림 / 육아리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4.7

 

얘들아 놀자!

아이들의 삶은 놀이와 상상의 연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과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삶의 다양한 모습과 원리를 깨우치며 성장합니다. 놀이 속에서 실수와 좌절도 맛보고 자신의 욕구와 의지를 놀이를 통해 표출하면서 불안이나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아이들의 놀이는 공간적, 환경적 경계가 생기면서 양육자도 아이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빨리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길 희망하며 재미있는 책 한 권 소개해보려 합니다.
 이 책은 2009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 최고로 멋진 놀이였어!』라는 그림책입니다. 처음부터 글은 어른들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그림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평행선 구조로 가고 있지만 글만 읽는 어른들은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제임스는 여태껏 한 번도 밖에서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차를 몰고 떠날 때 아주 슬퍼했지요.

“엄마 안녕!”

이라고 글은 이야기 하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제임스는 환히 웃으며 “걱정 말아요, 엄마, 어서 가세요!”라는 표정입니다.
 좀 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 제임스는 에몬의 할아버지 댁에서 일주일을 머무르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집은 바닷가 근처 시골에 있습니다. 어른들은 두 아이를 자연 캠프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할아버지는 남극에 사는 펭귄을 좋아하는 모험가입니다. 할아버지의 의도는 제임스와 에몬이 자연 캠프에 참여하여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길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펭귄 전시도 보여주고 싶어 하고, 남극 지도를 펼쳐놓기도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제임스와 에몬은 그저 둘이 일주일을 보내게 된 것만으로도 재미있나 봅니다. 할아버지가 자연을 관찰하라고 준 쌍안경을 가지고 자연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관찰하며 노는 모습은 어쩜 이리 우리 아이들을 똑같이 그려놓았는지 웃음이 납니다. 글이 하는 말을 반대로만 하는 아이들 모습이지만 어른들도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간섭하거나 확인하지 않습니다.

 자연 캠프는 마치고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이 이야기합니다.

“‘귀찮게 하기 캠프’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
“맞아, 아니면 ‘땀 많이 나 캠프’로.”

 글과 그림이 잠시 뒤바뀐 장면입니다. 아이들의 표정은 재밌어 보이는데 글이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날 할아버지 할머니는 주무시고 심심해진 두 아이는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뭔가 떠올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할아버지를 통해 들었던 남극과 펭귄들의 모습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며 “인생 최고의 일주일에서 가장 멋진 일이었지”라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아침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두 아이의 작품을 발견합니다. 
 어떤 작품이었을까요? 궁금하시면 책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상반되는 글과 그림으로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보여줍니다. 어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나타낸 글과 반대로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을 나타낸 그림을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책, 어른인 나에게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책입니다. 미장원 놀이를 한다고 사촌동생 머리를 싹둑 잘라서 야단맞던 날, 패션쇼 한다고 새로 산 언니 옷을 잘라서 언니를 울린 날, 친구들과 골목을 누비며 하루 종일 놀아도 지칠 줄 몰랐던 놀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며, 내 아이들에게는 정작 아이다움을 인정해주는 엄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밤 자녀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아이와 하나되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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