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제발, 빨리 가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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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제발, 빨리 가 주소서....
  • 한들신문
  • 승인 2021.07.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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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일주일에 한 번 서울 합정동으로 출근한다. 김천·구미 KTX역까지는 운전을 해서 가는데 집을 짓는 내내 고속도로 운전을 해서인지 내 운전속도가 제법 날래다. 문제는 도로 사정인데 항상 분초를 다투어 예매시간 임박해 도착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매번 주차장의 제일 먼 곳에 차를 대고는 잰걸음으로 총총거리며 기차를 향해 돌진이다. 역사에 들어서고 승차장까지 쉬지 않고 발을 재촉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왜 그리 내 속도 모르고 더딘지... 하지만 덕분에 턱 밑까지 차오른 숨을 진정시킬 수 있다. 노란선 밖으로 서라는 안내와 함께 기차가 들어오면 나는 애써 태연한 듯 기차에 오른다. 때때로 차량의 호수 대기선까지 갈 시간이 모자라 무작정 올라탈 때면 미는 가방을 객석 통로로 운전하며 이동하게 되는데 이것도 탑승한 분들에게 부딪힐까 봐 줄을 타듯 곡예다. 그 긴 여정을 마치고 자리를 찾아 앉으면 드디어 쿵쾅거리는 심장을 위로한다. 오늘도 수고했다. 다리야 고맙다. 발아 애썼다. 그리고 반성 모드에 들어간다. 좀 일찍 나서지...
  우리 집에서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면 김천·구미 KTX역까지 45분이 평균 소요시간이다. 그런데 마을을 내려가서 웅양로를 타고 북쪽으로 간다. 잠시 후 경북 경계선에서 남김천대로로 접어들어 꼬부랑길을 약 10분간 걸려 대덕면에 다다른다. 다시 구불거리는 길을 한참 지나 지례면 4차선을 이용해 구성면을 지난다. 이후 터널 3개를 거치고 능소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다시 터널 2개를 거치면 김천혁신도시의 KTX역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3가지의 선택이 있는데 거기서는 신호등을 보며 순간의 판단을 하여 결정한다. 직진하여 좌측으로, 우측으로 가서 좌회전, 혹은 우측으로 다시 우측으로. 
  집을 지으면서 다닐 때는 주로 왕복 내 차로 운전하며 다녔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대한민국 도로공사 최고최고를 연발했다. 아무리 적자가 많은 공사라도 이렇게 도로공사를 성실히 해온 기관이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도로 없이는 생산도 유통도 관리도 규모도 제한적이다. 도로의 유무에 따라 주변지역 경제발전이 비례하게 된다. 고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실로 내 집 마당까지 도로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정말이기 놀랍고 경이로웠다.
  오래전, 미국의 서부를 여행할 때 알게 된 것인데 L.A에서 그랜드 캐년을 향해 북상하는 도로가 끝도 없이 일직선으로 지평선을 향해 가고 또 가던 중 좌우 붉은 광야로 빠져나가는 도로는 눈짐작으로 약 10m 정도만 도로포장이 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연히 궁금했고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그 도로는 북미 원주민 부락으로 이어지는 도로라는 것이다. 아뿔싸!!! 난 거기서 미국의 이중성을 보았다. 법으로 제한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거기 계셨다. 그 구역의 제한 수단이 울타리나 담이 아니라 도로였다. 로마가 위대했다 하는 것은 공화정이라는 정치도 있겠지만 유럽에 도로를 만든 것이 아니겠나. 그만큼 도로는 통치수단의 선택이고 철학이 있는 행정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사방 구석구석 도로를 만든 이들은 영웅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존중하는 도로행정 철학에 존경을 품게 되었다. 
  그런데 살면서 요즈음... 그 존경심에 살짝 불만이 생겼다. 물론 큰마음의 존경심은 여전하다. 다만, 불평이다. 
  출근 때마다 굽이진 도로, 공사 중인 도로인 남김천대로 때문이다. 아홉 대가 줄지어 가도 추월할 수도 없는 그 길에서 난, 속이 탄다. 예약한 기차를 번번이 놓치기 때문이다. 제일 화가 난 경우는 기차에 탑승하려는 순간 문이 닫히는 경험이다. 아홉 대가 줄지어 하염없이 가다가 4차선 도로를 만나 자유할 때까지 애태우던 날이다. 그 긴 행렬이 보기에는 장관이었다. 그 행렬의 함정에 빠져서 속도를 못 내다가 드디어 추월선이 있는 도로에서부터 열심히 재주를 부려 주차장에 도착, 그렇게 그렇게 마음 졸이며 차를 세우고 짐을 내려 드디어 타는구나 하는 안도감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탑승 라인에 도달, 막 발을 떼는데... 맙소사!!! 스르르르 문이 닫혔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믿기지 않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 분하고 야속하고 또 억울하고. 그런 날은 특별히 더 일찍 집에서 나섰다는 것이 화가 나는 지점이다. 이 상황의 주범이 내가 아닌 것이다. 오직 도로의 낙후함, 그로 인한 교통체증,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 ‘화’의 원인자라는 것이다. 차라리 내게서 이유를 발견하면 나를 질책하면서라도 분을 삭일 수 있는데 말이다. “제발, 뒤에 여덟 대가 당신을 따라가면 옆으로 비켜서 길을 터주면 좋겠다. 아니면 속력을 좀 내주던가... 제발 빨리 좀 가라. 가 주세요. 가 주소서”를 연발하는 내가 늘 안쓰럽다. 이 굽이진 길에서 난, 자주 이 일을 겪는다. 남김천대로는 이름을 바꾸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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