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9)「친구의 전설」
상태바
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9)「친구의 전설」
  • 한들신문
  • 승인 2021.07.26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21.6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21.6

 

친구는 언제부터 친구일까? 맛있는 거 주면……, 고맙겠다~~

지난번 눈 호랑이가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면서 할머니를 겁나게 했던 이야기를 소개했어요. 믿거나 말거나 팥빙수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였지요. 여기 또 하나의 그림책 《친구의 전설》을 들려주려고 해요.

  할머니가 들에서 나물을 캐고 있는데 아마도 민들레를 캐는 것 같아요.
 

재미난 이야기 들으러 또 왔구먼.
자, 시작해 볼까.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성격 고약한 호랑이가 살았어.

  호랑이는 매일 숲에 나타나 친구들을 놀라게 해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면서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친구들 반응은 시큰둥해요. 심지어 ‘너 또 말썽이냐’고 면박을 당해요. 호랑이는 같이 놀고 싶지만, 친구들은 놀아주질 않아 심심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 꼬리에 홀연히 민들레꽃 하나가 자리 잡았어요.
  민들레는 호랑이 꼬리에 꼭 달라붙었어요. 호랑이는 민들레를 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잘 안 돼요. 어느 날 또 호랑이는 친구들에게 다가갔어요. 동물들은 ‘쟤 또 와’하며 도망을 가고 호랑이는 ‘맛있는 거 주면 ~’ 하는데 민들레가 이어서 ‘고맙겠다!’ 하는 거예요. 숲속 친구들은 ‘꼬리 꽃이다’ 하며 서로 인사를 해요. 숲속 친구들은 하필 호랑이 꼬리에 붙게 된 민들레를 위로해주지요. 
  호랑이 꼬리에 붙은 민들레는 서서히 호랑이를 변화시켜 가요. 암탉이 알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도움을 요청해요. 평상시 같으면 남의 일에 눈 하나 꿈쩍하지 않던 호랑이가 민들레의 등쌀에 못 이기지요. 절벽 아래로 꼬리를 내리고 꼬리 꽃은 무사히 엄마 품에 알을 돌려주지요.
 

“호랑이 형, 고마워요.”
“형? 아, 응….
됐어,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마.
또 그러면 혼난다, 쩝.”
“잘했어, 누렁이”

  구해준 알에 고맙다는 인사와 형이라는 말을 들은 호랑이는 꼬리 꽃에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건네면서도 꼬리 꽃의 칭찬에 멋쩍어해요. 
  강물이 불어나 다리가 사라져 건너지 못하게 된 동물들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호랑이는 바위 위에 늘어져 ‘내일 가’하며 움직일 생각을 안 해요. 꼬리 꽃이 호랑이 꼬리를 끌었을까요? 마지못한 듯했지만, 강을 한참 바라보더니 나무 둥치로 다리를 만들어 무사히 작은 동물들이 다리를 건너게 했어요. 다리를 놓느라 물에 빠지기도 하고 힘이 들었지만 보람 있는 하루였네요. 
  어느 날 숲속에서 뒹굴뒹굴하던 호랑이가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숲속 친구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거예요. 호랑이는 ‘나만 빼고 맛있는 거 먹고 있어’ 하면서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위협을 해요. 친구들은 깜짝 놀랐지만, 호랑이와 꼬리 꽃의 환영 잔치를 몰래 준비한 거였어요. 
  세월은 흘러 호랑이와 꼬리 꽃도 나이가 들어가 꽃술도 하나둘 떨어지고 털도 빠져요. 어느덧 호랑이와 꼬리 꽃은 하얘졌어요. 늙어가도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살고 있는데 하루는 인간이 친 덫에 걸리고 말았어요. 곤경에 처해 위급한 상황이지만 꼬리 꽃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호랑이를 다독거려요. 그리고 놀이를 제안해요. ‘후!’하고 불 때 눈을 감으면 지는 거야 하며 자신의 홀씨를 호랑이가 불어 날리게 해요. 다시 한번 친구임을 확인한 민들레는 하늘 저 멀리 홀씨가 되어 날아가요. 
‘잘했어, 호랑이…. 내 친구’ 
  마지막 말을 남기고 공중으로 사라진 꼬리 꽃, 민들레의 홀씨는 밤눈 밝은 부엉이에 띄어 숲속 동물들에게 소식을 전해요. 숲속 친구들은 덫에 걸린 호랑이를 무사히 구해주지요. 이제 모두 친구가 된 숲속 동물들은 하나가 되었어요.
  온 세상으로 퍼진 민들레는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고 눈 호랑이는 들판을 뒹굴며 민들레꽃 내음으로 행복해하지요. 따뜻한 봄날 꽃눈이 내리면 눈 호랑이가 나타난다니 믿거나 말거나 눈 호랑이를 보면 알려 주세요.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 2탄, 《친구의 전설》은 서로 돕고 도와주는 친구의 관계를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책이지요. 얼핏 《개구리네 한솥밥》,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가 생각나는 줄거리와 서사의 짜임이지만 그림이 주는 풍부한 설명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네요. 꽃잎 색을 바꾸고 싶다는 꼬리 꽃에 빨간 꽃잎을 씌우니 빨간 두건을 두른 할머니가 떠오르네요. 할머니와 꼬리 꽃, 눈 호랑이는 결국 “우리 이제 친구지~~”라고 하는 것 같아요.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