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일선 약국에서는 두 개의 대란(?)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 초기의 ‘마스크 대란’과 최근의 ‘타이레놀 대란’.
두 대란의 공통점은 ‘없는데’ ‘달라는’ 황당한 상황이다.
‘마스크’와 ‘타이레놀’을 찾는 손님들을 하루 종일 응대하느라, 특히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일부 손님들 때문에, 아침마다 우황청심원을 마신다는 어느 약사님의 하소연은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 인간을 얼마나 불안에 떨게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나간 ‘마스크 대란’은 차치하고 최근의 ‘타이레놀 대란’은 어떻게 발생하였을까?
사건의 발단은 “접종 후 불편증상이 있으면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질병청장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세트 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으로 홍보하지 않고 특정 상품명을 거론하는 바람에 일반 국민들에게는 마치 ‘타이레놀’만이 백신 후유증을 감소시켜 줄 유일한 약으로 각인되었다. 이것은 상처에 그냥 ‘밴드’를 붙이면 되는데, 엉겁결에 ‘대일 밴드’를 붙이라고 하는 바람에, 그걸 또 곧이곧대로 듣고 “대일 밴드‘만 찾는 상황이랄까? 여기서 질문. “밴드도 품질이 천차만별이잖아요?” 밴드는 그렇다. 그러나 약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과해야 대체가능한 동일한 약으로 인정된다. 품질까지 똑같은 밴드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굳이 특정 상품이 아니더라도 ‘아세트 아미노펜’ 성분의 약을 먹으면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엄청나게 심각하고 절박한, 그러나 알고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의료 환경이 약의 성분명이 아닌 상품명 처방으로 고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에 익숙하다 보니 특정 상품의 품귀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마스크 대란’ 때도 그랬듯이 국민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기사들을 앞다투어 쏟아내는 것이 진정한 기자 정신인지 묻고 싶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SNS 환경 또한 큰 문제이다. 이런 보건의료적 비상시국 사태에서는 관련 정보에 대한 전문성과 정확성, 그리고 책임감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최근에는 다소 상황이 안정된 듯하다. 정부에서 늦게나마 성분명으로 적극 홍보한 덕분인지 “백신 맞고 나서 먹는 해열진통제 주세요.” 또는 “아세트 아미노펜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손님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정한 상품을 지명해서 구매하기보다는 각자의 상태를 약사님들과 상담하여 가장 적절한 약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코로나 상황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또 어떤 대란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정부나 언론은 더욱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국민들은 일상을 위협할 정도의 지나친 불안감에서는 벗어나서 슬기롭게 이 상황을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