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잊는다는 것은 인간의 뇌가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상태바
【시를 띄우다】잊는다는 것은 인간의 뇌가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 한들신문
  • 승인 2021.08.06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편지 집배원 염민기, 시인

건망증

서영식

 

노래를 부르다 잊어버리고

장구를 치다 잊어버리고

딸꾹!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숟가락을 들고 오면

젓가락을 잊어먹고

신발을 신고나면

열쇠를 잊는다

산 정상에 올라갔다 시름을 두고

내려와서 보니

그 혼마저 잊어버렸다

 

잊음이 있어서 살아 있는가

 

창작동인예장 숨4, 시간을 묻는 남자(2003)

 

잊는다는 것은 인간의 뇌가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건망증: 경험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어느 시기 동안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증상. 또는 드문드문 생각하는 기억장애.

 

웬만해선 가사를 잘 외우지 못한다. 심지어 아내의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외울 일이 적어진, 많은 것들이 기계 속에 내장된 스마트한 일상이 가져온 폐해이다.

이처럼 많은 것을 잊고 사는 요즘. 나이가 들수록 기억의 퇴행을 염려하는 우리에게 시름을 두고/내려와서 보니/그 혼마저 잊어버렸다/잊음이 있어서 살아 있는가

잊음이 있어 우린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고 시인은 반어적으로 얘기한다. KBS 사이언스 인간탐구 <기억>이란 프로그램에서 잘 지워야 잘 산다. 잊는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뇌가 주는 선물이라고 말한 것처럼.

젓가락을, 열쇠를, 장구 장단을 깜박깜박하는 시인은 그러면서도 문학회 모임에서 그 긴 판소리 가사를 어떻게 외워 부르는지 궁금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