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0)「100만 번 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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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0)「100만 번 산 고양이」
  • 한들신문
  • 승인 2021.08.0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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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이정윤
사노 요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2002.10.

 

백만 년이나 살았다고요? 

여름이 깊어갑니다. 매미는 아침부터 ‘찌르르 맴맴’ 울고 한낮의 태양은 ‘이글이글’ 아스팔트를 녹일 기세입니다. 이 더운 여름날, 한 번 읽으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독특한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책의 첫 장에 나와 있는 구절입니다. 왼편에 글이 오른편에는 그림이 있습니다. 판형도 일반 책보다 가로로 더 깁니다. 도입부에 나와 있는 글을 읽어보니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궁금하신가요? 저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내용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뒷장으로 얼른 넘어가 보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고,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고,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고양이는 이들을 싫어했지요. 고양이는 죽었고 이들은 슬퍼서 통곡했어요. 또 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고, 어린 여자아이의 고양이였어요.
  고양이는 이들을 아주 싫어했어요. 고양이는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존의 알고 있는 전개 방식이 아닌 거 같지요? 나는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 참 불편한 사람입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누구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리더군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이렇게 쓰나 짐작이 가지 않았지요. 그래도 책을 펼쳤으니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보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암고양이들 모두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어요. 딱 한 마리만 빼고요.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으스대던 얼룩 고양이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에게 다가가 고백을 합니다.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라고요.
  둘은 새끼를 많이 많이 낳고 늘 곁에 붙어있었지요. 이제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진심으로 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나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니다. 이 그림책은 기존에 봐왔던 책과는 무척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읽을수록 세월이 갈수록 더 다양한 의미로 반추되는 책이었습니다.   

  이번에 또 읽어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그 누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에 생각해 봅니다. 또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백만 번이나 울 수 있는 삶에 대해서도요.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하여 좋은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 번 읽고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 100만 번 산 고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고 무더운 여름 잘 이겨 내시길 바랄게요. 뭐라 해도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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