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거창도 ‘생활임금제’를 도입합시다
상태바
기자의 시선)거창도 ‘생활임금제’를 도입합시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1.08.30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약직인데 급여도 최저임금…개선 시급
“근로자도 결국 거창군민입니다.”

69,760원. 거창군이 대다수 기간제 근로자를 뽑을 때 기준으로 제시하는 하루치 보수다. 하루 69,760원은 2021년도 최저임금인 8,720원에 하루 노동시간 8시간을 곱한 금액이다. 한마디로 최저시급이다.
  지난 8월 18일 공고한 ‘산업 농공단지 관리 기간제 근로자’, 8월 10일 공고한 ‘감악산 항노화 웰니스 체험장’부터 ‘재활용 선별장 기간제 근로자’, ‘임도 관리단 모집’, ‘거창군 공동육아나눔터 기간제 근로자 채용’ 등 거창군이 모집하는 거의 대부분 계약직 근로자의 급여 수준이 그렇다.
  ‘보건진료 전담 기간제 근로자’, ‘농기계 임대사업소 운영 기간제 근로자’ 등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높게 책정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무나 채용될 수 없는 전문·특수직으로, 당연히 보수 수준이 높아야 한다.
  ‘최저 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임금이다. 노동자가 최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결코 노동자에게 제시되어야 할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치솟는 물가를 감안해서라도 ‘최저 생계비’가 아닌 생활에 필요한 급여가 책정되어야 한다.
  계약직 근로자는 더욱 서럽다. 최저임금을 받고서도 1년 이상 계약이 힘들다. ‘산업 농공단지 관리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 기간이 불과 4개월, ‘농기계 임대사업소 운영 기간제 근로자’는 6개월, ‘감악산 항노화 웰니스 체험장 유지관리 기간제 근로자’는 3개월이 계약 기간이다.
  물론 계약 기간이 끝나면 1년 단위의 재계약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2~5년 범위 내 연장 가능’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결국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을 하더라도 2년~5년이 된다면 그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라면 잠깐 거쳐 가는 직장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의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그러면, 거창군은 무조건 최저임금을 제시하는 게 옳은가? 거창군의 조례에는 ‘계약 시 최저임금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전혀 없다.
  지난 2016년도에 제정된 ‘거창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관리규정’을 보면, ‘사용부서의 장은 기간제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 사용인원, 임금 등 사용계획을 수립해 관리부서의 장과 예산부서의 장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거창군의 의지만 있다면 최저임금이 아니라 이보다 높은 급여를 얼마든지 책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창군은 거창 시민을 노동자로 채용하면서 가장 최저 수준의 임금만 보장해줬다.
  이 같은 공공기관 계약직 노동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광역지자체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생활임금 조례’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최저시급을 초과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생활임금은 조례에 규정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2021년 서울시의 생활임금은 10,702원, 부산시는 10,341원, 경남도는 10,380원이다. 이 같은 조례를 제정한 광역지자체는 산하 공공기관 계약직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군 단위 지자체에도 ‘생활임금’을 채용한 곳이 있다. 시 지역은 제외하고라도 해남군, 울진군, 장수군, 양평군 등 군 지역에서도 조례를 제정해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보장하고 있다.
  한 예로 장수군의 생활임금 조례를 살펴보면, 군수에게 생활임금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군이 직접 고용한 소속 노동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생활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생활임금은 매년 9월까지 ‘장수군 생활임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해 다음 해 1월 1일부터 적용해야 한다.
  거창군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공공분야 일자리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장기 근로를 보장받지 못하면서 최저임금으로 버텨왔다. 그러다 힘이 빠지면 하나둘씩 그 자리를 떠났다. 거창사건 추모공원의 국화재배 담당이 그랬고 농기계 임대사업소 노동자들이 그랬다.
  이제는 거창군이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기 위해서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거창군이 계약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어도 급여만큼은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거창군이 채용하는 모든 노동자는 결국 거창군민인 까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