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독선에 빠질 때 역사는 휘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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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독선에 빠질 때 역사는 휘청거린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08.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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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거창지회 초대 지회장 윤진구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을 인류의 양심을 시험한 전쟁이라 이야기한다. 미국이 프랑스를 대신해 뛰어든 제2차 베트남 전쟁(1956~1975)은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이 패전한 유일한 전쟁이라고 스스로 시인한 전쟁이었다. 미군은 전사자 5만 8천 명과 부상자 30만 명, 7,380억 달러의 전비를 투입한 것은 물론 전쟁이 끝난 다음 정신이상자 70만 명과 고엽제 후유증 환자 8만 명을 낳았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이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는 희생된 군인들에 대해서 미국 국민들은 전쟁이 끝나는 즉시로 그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건조물을 지어 바치는 것이 예의이고 의무로 여겨왔다. 그런데 유독 베트남 전쟁에서 희생된 용사들에 대해서는 미국 국민이 10년 동안 기념비조차 세우기를 꺼렸다. 베트남에서 죽은 군인들은 ‘영웅’의 칭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미국 국민들에 의해 ‘개죽음’이라는 모욕을 받았다. 베트남 전쟁에 뛰어든 미국이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은 미국 지도자들의 베트남 역사에 대한 무지와 오만, 독선의 결과이다. 

  2001년 10월 미국이 내건 전쟁 목표는 테러의 온상을 거세하고 탈레반을 축출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그 어느 것도 달성된 것이 없다. 전쟁이 시작된 2001년 10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미군 전사자 2,452명, 부상자 27,000명, 전쟁비용 9,462억 달러를 쏟아부은, 미국의 ‘사실상 패전’으로 끝이 난 아프간 전쟁은 20세기 ‘베트남 전쟁’의 양상과 너무 유사하다. 빈약한 정부의 전복조차도 지속적인 성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막강한 전투력으로 무장되었을지라도 정복군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최소한 미국인들이 습득하는데 더딘 지역 정치,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프간 전쟁 역시 전투에서 승리하고 여전히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현상적 역설을 보여 주었다. 베트남 민족은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초강대국과의 갈등 및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한 민족이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영국의 식민지 시절의 끈질긴 반식민지 투쟁(제1차 1838~1842, 제2차 1878~1880, 제3차 1919년)으로 1919년 독립을 쟁취했다. 1979년 소련의 침공에 10년에 걸친 투쟁으로 1989년 소련군은 5만 명의 전사자와 10년간의 전비로 840억 달러를 쏟아붓고 철수를 했다. 구 소련의 해체도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 미국이 다스리는 땅은 지구 표면적의 6.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경쟁 상대가 없는 막강한 군사력과 인간에게 알려진 가장 파괴적인 무기들을 가진 초강대국이다. 냉전 시절 구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있어 그나마 자제력이 있어 보였지만 소련의 해체 이후 지구상에서 경쟁 상대가 없는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며 미국은 국제적인 승인이 있든 없든 군사력을 공격적이고 개입적인 방식으로 사용해 독재정권과 불량국가, 그 밖의 여러 위협적인 정권들을 시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미국에 우호적인 정부로 대체해왔다. 미국이 자만과 독선의 이름으로 세계의 역사를 농락하고 장난친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트루만 정권에서부터 닉슨 정권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베트남을 상대로 횡포를 벌인 미국은 단 한 번도 베트남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아프간 전쟁 역시 부시 정권에서 시작해 오바마 정권, 트럼프 정권까지 생각지도 않은 늪지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는 사실 철저한 계산과 음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호찌민의 동료이자 통일 베트남의 수상(1976년~1987년)을 역임했던 팜반동이 “북베트남이 그토록 오래 싸워서 손에 넣으려고 했던 ‘조국의 지배권’이라는 가치는 미국이 우리를 무릎 꿇리는 가치보다 훨씬 크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아무리 강력해도 결국은 패배할 것이다. 왜? 미국인보다 더 많은 베트남인들이 베트남을 위해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인간은 때로 명백한 오류를 저지르는 속에서도 자신의 철학과 행동이 옳다고 믿을 만큼 독선에 사로잡힌 동물이다. 그것이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 국한된다면 그리 문제될 게 없겠지만,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통치 혹은 권력의 영역에 있어 그와 같은 사고가 작용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권력자들의 그릇된 행위는 ‘시대를 초월’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역사적 현상이며 독선과 아집에 몰입하여 결국 파멸의 길을 걸은 통치자들의 불운과 역사의 비극은 도처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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