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이 ‘거창군 행정동우회 지원에 관한 조례안’과 ‘거창재향경우회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행정동우회는 퇴직 공무원들의 모임이며 재향경우회는 퇴직 경찰들의 모임이다. 거창군은 이 조례안과 함께 행정동우회를 위해 추경에 500만 원의 예산도 함께 반영할 예정이다.
거창군은 상위법령에 따라 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혔다. 상위법인 ‘지방행정동우회법’과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을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같은 특혜성이 짙은 법안을 만든 건 지난 20대 국회다. 지난 2018년 정태옥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방행정동우회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입법 과정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입법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라고 대놓고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어수선한 틈에 이 법안은 별다른 토론도 없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년, 판례를 통해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퇴직 공무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든 건 특혜이자 위법이라고 밝혔다. 지원의 근거가 된 상위법과 거창군의 조례도 분명 대법원에 회부된다면 위법 판결을 받을 게 뻔하다.
이런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창군은 이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거창군 퇴직 공무원들이 지역사회 발전 및 공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다.’, ‘퇴직 경찰공무원들이 안전한 지역사회 보성을 위한 봉사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그들의 희생‧공헌에 대한 예우를 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의회도 이 조례안에 대한 검토의견으로 ‘거창군 발전에 이바지하는 거창군 퇴직공무원들이 지역사회 발전 및 공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작은 단체나 동아리에 거창군이 예산을 지원한다면 분명 예산 낭비나 특혜 지원이라는 논란이 될 것이다.
해당 단체들이 정말 공익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겠다면 다른 민간단체들과 동일한 조건과 절차에 따라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별도의 특혜성 지원의 근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거창군의회는 지금이라도 특혜성 지원의 근거가 되는 법률과 조례를 거부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와 싸우고 있는데, 이런 조례를 제정할 때인가?
그리고, 감히 묻고 싶다. ‘퇴직 공무원들이 그동안 돈이 없어서 봉사활동을 안 했는가?’ 일부 퇴직 공무원들은 시민들을 위해 강연을 열거나 행정이 필요로 할 때 기꺼이 시간 내 대신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대다수는 그러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에 비해 특혜인 공무원연금을 받는 그들이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다. 그런 그들이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봉사활동에 참여한다면 그게 더 웃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