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대 명칭 변경 예고에 논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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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대 명칭 변경 예고에 논란 커져
  • 한들신문
  • 승인 2021.09.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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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수송대’ 변경안 공고
거창군, ‘독단 결정 안 돼’ 반대 입장 밝혀
역사학자들은 ‘반대’우세…일부 ‘찬성’ 의견도
거창 수승대 거북바위 전경
거창 수승대 거북바위 전경

 

문화재청이 지난 2일, 거창의 명승인 거창 수승대를 ‘삼국시대 사신들의 송별 장소’라는 뜻을 담은 본래의 명칭인 ‘거창 수송대’로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거창 수승대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지정명칭 및 지정사유 변경 예고(안)’을 6일 공고했다.
  그러자 거창군은 ‘지역에 혼란과 파장이 야기되는 사안임에도 사전에 주민 의견이나 협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예고한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의 추진 배경은?
  지난 2019년, 문화재청이 명승으로 지정한 별서정원(자연에 귀의한 선비들이 전원이나 산속 깊은 곳에 따로 지은 정원) ‘성락원’의 부실 고증 문제가 불거지며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문화재위원회는 2020년 6월, 지정명칭과 지정사유에 오류가 있었다고 시인했고, 문화재청은 같은 해 8월, 성락원의 명승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명승으로 지정된 별서정원 22개소의 역사성 검토를 위한 전수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거창 수승대에 대한 명칭의 유래 등을 고증, 옛 이름인 ‘수송대’로의 변경안을 내놓게 됐다.

수송대는 왜 수승대가 됐나?
  ‘수송대(愁送臺)’라는 명칭은 옛 신라와 백제의 사신이 이곳에서 송별할 때마다 ‘근심을 이기지 못하여 수송이라 일컬었다.’는 설과 ‘뛰어난 경치가 근심을 잊게 한다.’는 설이 전해진다.
  그러나 퇴계 이황 선생이 1543년, ‘수송대’라는 명칭이 좋지 않다고 느껴 ‘수승대(搜勝臺)’로 이름을 고치기로 하고 마리면 영승마을에서 열린 장인어른의 회갑연에 왔다가 기제수승대(寄題搜勝臺)라는 개명 시를 남겼다. 하지만 지역에서 반대 여론도 있어 1800년 이전까지는 ‘수송대’와 ‘수승대’를 같이 써 왔다. 
  그 이후 ‘빼어난 경관’을 알리기 위해 수승대라는 명칭을 더 많이 쓰다 자연스럽게 통칭됐다.

거창군의 입장은?
  문화재청이 이 같은 내용을 밝힌 직후인 3일, 거창군은 명칭 반대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롤 배포했다.
  거창군은 1986년 관광지로 조성돼 명소로 자리매김한 수승대를 문화재로서 ‘수송대’라는 명칭을 붙여 이원화할 경우 관광객 및 군민들의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방적으로 문화재청이 명칭 변경을 예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재 명칭 변경 예고 기간 내에 각계각층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거창군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역사학자들의 의견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거창문화원 향토사연구소 관계자는 “거창 시민들은 수승대의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수승대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문화재청에서 마음대로 명칭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명칭 변경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명칭은 수승대로 하되 내력을 정확히 밝혀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신용균 교수는 “자료를 찾아봤는데, 오히려 수송대라는 명칭이 ‘그렇게 전해졌다.’라는 내용만 있지 역사적 사실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수승대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된 근거는 명확하다.”라면서 “조금 (명칭 변경이) 망설여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반대로 거창의 다른 역사 연구가 ㄱ씨는 “거창 수승대가 수송대로 바뀐다면, 거창군이 ‘삼국시대 당시 국경도시였다.’라는 의미와 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아홉산 이야기와 함께 국경도시로서 거창의 이야기를 만들어 관광자원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시민들 의견 들어 결정’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송대라는 명칭을 쓰게 되면 삼국시대부터 이어온 명승으로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라면서 “아무래도 역사적 가치라는 측면에서는 지역에서 수송대가 각광받을 수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라면서 “오랫동안 써 왔던 이름을 바꾼다는 걸 원할 수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주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충분히 검토해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의견 밝힌 다수가 공무원…의미 퇴색 우려도
  한편, 문화재청이 거창군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2일부터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자 다수가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임·직원이다 보니 왜곡된 의견이 전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칭 변경은 역사성과 주민의 의견을 토대로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미 ‘반대’ 의견을 표명한 거창군청이 공무원을 독려해 참여시키고 있는 모양새라 ‘행정적인 결정’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일각에서는 “목적을 가진 집단이 대대적으로 운동하듯이 참여하다 보면 ‘주민의 의견’이 퇴색된다.”라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행정의 역할은 여론 수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까지”라고 지적했다.
  거창 수승대에 대한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은 10월 5일까지 문화재청 누리집의 문화재 지정 예고 게시판 중 ‘거창 수승대’라는 게시물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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