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카페에는 ‘공유 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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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카페에는 ‘공유 컵’이 있다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1.09.13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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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키기 위한 카페들의 실험
도시 전체 대상 공유 컵은 전국 최초
10월부터 본격 시작…시민 참여가 핵심
공유 컵 실험에 동참 할 커피전문점 대표들과 외부 지원 단체 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공유 컵 실험에 동참 할 커피전문점 대표들과 외부 지원 단체 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시대 이후 일상적 비대면 소비로 1회 용품, 택배, 포장 쓰레기가 폭증했다. 환경부는 2020년도 플라스틱 폐기물이 923만 톤으로, 2019년(776톤) 대비 18.9%(147톤) 늘었다고 밝혔다. 종이류, 발포수지류, 비닐류도 각각 24.8%, 14.4%, 9% 증가했다.
  이러한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실험이 인구 6만 2천 명의 작은 도시인 거창군에서 시작됐다. ‘한국의 프라이부르크 거창’이라는 주제로 거창사회혁신가네트워크(아래 혁신가네트워크)가 경상남도의 리빙랩 공모사업에 선정, 공유 컵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의 환경수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녹색 도시’다.

‘어떻게 하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을까?’
  혁신가네트워크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가장 가까이서 실천할 수 있는 사례인 ‘커피 전문점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주목했다.
  플라스틱 용기는 일반적인 플라스틱과 재질이 달라 분리수거를 하더라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또, 종이 용기는 코팅이 되어 있어 ‘종이’로 취급되지 않는다. 결국 그대로 버려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혁신가네트워크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공유 컵 실험’을 시작하기로 하고 경상남도의 리빙랩 공모사업을 신청했다.

카페 선정부터 컵 디자인까지
  공유 컵 실험을 위해 먼저 혁신가네트워크는 지난 5월, 거창 내 커피 전문점 중 이 실험에 동참할 곳을 찾아 나섰다. 시민들이 공유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있어야 하고, ‘세척해서 다시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커피 전문점 대표의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기업 본사 가맹점은 제외했다.
  이 실험에 흔쾌히 동의한 커피 전문점은 총 10곳. 카페 아날, 커피공방 하비루, 감성카페 아메리카노, 커피장이, 꿈꾸는 별사탕, 카페 나인, 카페 달, 커피플라워, 봄날, 카페 헤이데이가 참여하기로 했다.
  커피 전문점 10곳과 모두 리빙랩 사업 수행을 위한 양해각서(MOU) 를 체결한 이후 곧바로 회의를 열고 카페 연합회 명칭부터 운영 방식까지 논의했다. 특히, 공유 컵의 명칭 등은 시민 공모로 진행, 관심도를 높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는 ‘공유 컵’의 재질과 디자인이었다. 공유 컵은 따듯한 음료와 차가운 음료를 모두 담아야 하고, 커피 전문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크기여야 했다. 또, 환경호르몬에서 안전한지, 추후 수명을 다했을 때 분리수거가 가능한지 등의 고민 지점이 많았다.
  현재 각 커피 전문점은 공유 컵 6가지 종류 12개를 받아 사용해보고 있다. 이 중 가장 적합한 공유 컵을 선정해 10월부터 두 달간 본격적인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는 공유 컵 1,000개로 실험
  공유 컵 선정이 완료되면 총 1,000개를 구매해 10개 카페에 공급할 예정이다. 커피 전문점 별로 100여 개 정도 되는데, 이 개수로 먼저 공유 컵 실험을 시작한다.
  커피 전문점은 해당 공유 컵을 받으면 앞으로 포장 판매되는 음료를 이 공유 컵에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면 시민들은 음료를 다 마시고 공유 컵 가맹점 10곳 중 아무 데나 반납하면 된다.
  반납된 공유 컵은 세척해 재사용하며, 만약 한 곳에 많은 컵이 쌓이면 다른 커피 전문점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순환시킬 예정이다.
  만약 1차 공유 컵 실험이 성공하면 내년도에는 가맹점을 늘려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반납의 편의를 위해 공공기관의 협조를 얻어 반납함을 다양한 곳에 만들 계획이다.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
  공유 컵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몇 개나 회수될까?’이다. 총 1,000개의 공유 컵이 거창 시민들의 손에 쥐어지는데 제대로 회수되지 못한다면 그대로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공유 컵 회수가 활발히 된다면 거창 내에서 커피 포장용 일회용 컵의 사용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이 같은 기대를 하는 곳은 혁신가네트워크나 카페뿐만이 아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과 리빙랩 사업을 시행하는 경상남도도 거창에서의 적용 사례에 대한 기대가 크다.
  홍수열 소장은 공유 컵 관련 컨설팅을 통해 “거창이라는 지역은 인구수가 적당하고 읍 집중도가 높아 공유 컵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며 “거창이 전국의 선도 사례로서 소개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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