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25]행복학교 속의 행복유치원, 구풍아 내년에 만나자!
상태바
[작은 학교 이야기 25]행복학교 속의 행복유치원, 구풍아 내년에 만나자!
  • 한들신문
  • 승인 2021.09.13 17: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상초 병설유치원 교사 서희자

 

주상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은 6명의 아이들과 교육과정반과 방과후과정반, 2명의 교사로 구성된 작은 공립유치원이며, 우리 유치원이 속한 주상초등학교는 행복학교다. 그래서인지 학교 환경 곳곳에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사실 그 환경을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건 유치원 친구들이다.
  배려가 깃든 학교 환경 속에서 유치원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해주는 형들이 생겼고, 동생들이 생겼다. 교실에서도 혼자 놀이를 하기보다는 함께 몰려다니며 놀이를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동놀이와 자기 나이와 수준에 맞는 구성놀이가 이루어진다. 형들은 형들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동생들에게 알려주고, 동생들은 모르는 것을 열심히 묻거나 자신이 잘하게 된 것을 형들에게 자랑한다. 학기 초에는 서로 제각각이었던 아이들이 어느새 한 가족이 되었다. 서로 배려하고, 참아주고, 기다려 준다.
  아이들을 이렇게 한 데 묶어준 데에는 우리 학교의 실외 환경이 큰 역할을 하였다. 아이들과 정한 우리 학교 놀이터는 총 6군데로 나눌 수 있다. 
  유치원 교실 바로 옆의 모래놀이터, 복합 놀이기구가 있는 유치원 놀이터, 토토로나무(이웃집 토토로 속의 토토로가 사는 나무)가 있는 2층 집의 쉼터, 부드러운 모래와 놀이기구가 있는 형님들 놀이터, 작은 야산에 조성된 줄 그네와 꼬꼬닭과 초등학교 형님들이 만든 텃밭이 있는 숲 놀이터, 대나무 숲을 지나면 학교 뒤 오솔길로 통하는 산책로가 있다.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고, 제각각의 놀이 소재가 있는 곳이며, 풀이 있고, 나무가 있고, 다양한 꽃이 있으며,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 다양한 곤충과 벌레들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6군데를 돌아다니며 놀기에는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가기 때문에 바깥놀이를 나갈 때는 어디서 놀지를 정하고 나간다. 물론 비가 오는 날도 우산을 쓰고 즐겁게 산책을 한다. 그래서 비가 오면 교사가 말하지 않아도 장화를 신고 온다. 물웅덩이를 밟아야 하니까!
  그럼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인내심을 키워주고, 책 속의 글자가 정말 궁금해서 글자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 곤충과 벌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준 곤충과 벌레들은 개미, 들풀거미, 애벌레, 메뚜기, 민달팽이, 장수풍뎅이, 달팽이, 장수하늘소, 매미(매미허물)가 있다. 몇몇 곤충과 벌레는 교실로 데려와서 한 달 넘게 함께 지내기도 하였다. 어디서 구입한 곤충과 벌레가 아니라 우리 유치원에 있는 곤충과 벌레들이기에 아이들은 더 애착을 보였다. 잘 보살펴주었고, 곤충과 벌레를 찾은 아이의 성을 따서 이름까지 지어 주었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지금까지도 그리워하는 곤충과 벌레는 강나비(호랑나비), 윤거미(호랑거미), 구팽이(달팽이), 구풍이(장수풍뎅이)이다. 강나비(호랑나비)를 교실에 데리고 온 그 다음날 아침에 죽은 것을 보고는 나비는 밖에서만 보기로 하고 잡아서 기르지 않기로 하였다.
  윤거미(호랑거미)는 먹이 주는 문제 때문에 결국 유치원 앞 화단의 작은 나무에서 키우기로 하였는데, 어느 날 보니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참새가 잡아먹지 않았나 아이들과 추측해 본다. 구팽이(달팽이)는 아이들이 텃밭에서 따 온 상추를 먹으며 정말 잘 자랐다. 하지만 똥을 너무 많이 누는 바람에 구팽이 집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다시 텃밭에 놓아주었다. 마지막으로, 구풍이(장수풍뎅이)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 곤충으로 아침에 등원하면 구풍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나누며 구풍이의 먹이인 젤리가 어느 정도 남았는지 체크하고, 구풍이가 흙속에 있을 때는 잠을 자는 건지, 아픈 건지, 죽은 건지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한 달 정도 지나서 아이들이 바깥놀이를 하다가 구풍이와 닮은 다른 장수풍뎅이들이 고목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구풍이도 사람 친구가 아니라 장수풍뎅이 친구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구풍이를 발견한 곳에 놓아주자고 하였다. 모두가 서운했지만 구풍이를 다시 자연으로 보내주고 잘 지내라고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어 곤충과 벌레의 먹이와 곤충과 벌레가 좋아하는 집과 교실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생각을 모았고, 모르는 것은 곤충과 벌레 책을 찾아 보면서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의 깊이와 지식을 넓혀가고 서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자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아이들은 문득 이야기한다. “강나비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할 거야. 우리 다시는 나비는 잡지 말자.” “근데 구팽이는 진짜 똥을 많이 쌌어” “구풍이는 잘 있겠지... 구풍아 내년에 만나자.”(2021.08.3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