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비핵평화대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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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비핵평화대회를 다녀와서
  • 한들신문
  • 승인 2021.09.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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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호(씨알평화연구소장) 조합원

매년 8월 5일에는 합천군에서 비핵평화대회가 열린다. 비핵은 우선적으로 반-핵무기를 뜻하는 것이겠으나, 넓은 의미로 보면 모든 핵물질을 반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핵무기는 물론 핵발전소나 핵을 이용하는 모든 과학기술에 대해 반대한다. E.F. 슈마허는 “인간이 자연세계에 도입한 변화 중에서 대규모 핵분열이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심각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 결과 전리방사선(ionizing radiation)이 가장 심각한 환경 오염원이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다”라고 쓰고 있다. 1970년대 쓴 책이지만 2021년 극심한 환경오염의 시대에 더 울림이 있는 말로 다가온다. 

  1945년 미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을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약 7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잊을 수 없는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거기에는 일본인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약 8~9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피해를 입었다. 4~5만 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3~4만 명의 조선인이 상해를 입은 채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중 약 60% 이상이 경남 합천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고 있으며, 아직도 많은 1세 원폭피해자들과 2, 3세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나아가 원폭 자료관과 위령각이 있으며,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이 마련되어 있다.

  합천 비핵평화대회는 2012년부터 매년 열린다. 피해자들과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이 피해자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과 제도적 지원, 비핵 평화운동의 국내외 네트워크 형성, 세계비핵평화공원 조성, 피해자 유전체 변형 조사 연구 등을 의제로 삼아 지속적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2016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피해자 2세 등 후손들이 제외되어 이를 포함시키는 개정운동도 20~21대 국회에서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작년까지 합천은 물론 부산, 대구, 인천, 경기도, 서울시에까지 원폭피해자 지원조례가 제정되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없었지만, 원폭피해자들의 작품전 및 원폭관련 도서전이 열렸고, 원폭피해자가 지구상에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염원과 의지를 담는 평화 메시지 남기기 활동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비핵평화대회 10년을 맞이하여 ‘합천비핵평화대회 열 바퀴를 돌다’라는 기념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비핵을 통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다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ZOOM을 통한 영상 포럼이었지만 한일 간 학자들과 관련자들이 ‘비핵 평화 잇기 이야기마당’을 열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일본의 <미국 원폭투하 책임을 묻는 모임>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게이오기주쿠 대학 명예교수인 마쓰무라 다카오 교수는, 한일의 피폭자는 물론 학자들과 모든 비핵운동가들이 연대해서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을 사용한 미국의 범죄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몇몇 핵물리학자들이 나치즘에 저항해 원폭을 개발한 영웅으로 묘사되는 것 등이 미국의 ‘원폭투하 정당화’와 결부되어 있다는 근거를 들기도 하였다. 원폭의 연구, 제조, 투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거대 금융자본이 주도해 온 근거도 제시했다. 원폭 개발을 위한 이른바 ‘맨해튼계획’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거대 군수산업을 구조화했고 핵과 국가 권력의 유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원자폭탄에 얽힌 자본과 정치, 과학기술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자세히 설명해 핵폭탄의 비밀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강제징용 등 많은 이유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살던 조선인들이 당한 고통과 눈물은 일본인들 이상으로 막대한 것이었음을 마쓰무라 교수는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일본인들은 구태의연한 조선인 차별의식을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반성과 사과와 연대를 통해 미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합천 비핵평화대회를 보면서 정의는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디 지구상에서 핵무기가 사라지고 핵을 사용한 모든 경제활동들이 멈추고 인류 역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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