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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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책임
  • 한들신문
  • 승인 2021.09.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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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상변호사
권문상변호사

<사례>
 A, B, C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A는 회사원이고 B는 조그마한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이며 C는 식당에 물품을 공급하는 사업자인데 B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A의 이름을 빌려 식당 사업자 등록을 하였습니다. 이후 B 경영의 식당이 영업 부진으로 C가 공급한 물품대금을 지불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C는 B로부터 물품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식당 사업명의자인 A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청구하였습니다.

<실체(實體)과 외관(外觀)의 서로 다를 때>
  현대인들의 생활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사물의 실체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다른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런 경우 외관을 믿고 거래한 사람을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사물의 실체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이해의 다툼이 벌어집니다. 흔히 일어나는 예를 들자면 甲(갑) 소유의 부동산을 乙(을)의 명의로 등기하는 명의신탁의 경우, 그 등기명의를 믿고 乙(을)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丙(병)의 권리보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민법상의 문제, 또는 겉모양이나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도저히 미성년자로 볼 수 없는 학생에게 (성인이라고 믿고) 술을 팔았는데 그것이 식품위생법 또는 청소년보호법에 위반되어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인데, 사례와 같이 상행위에서도 간혹 벌어지곤 합니다. 
  우리나라 상법 제24조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할 것을 허락한 자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에 대하여 그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실하지 않은 명의에 의한 영업이 행하여지고 이러한 명의에 대해 그 명의자가 사용허락 등을 통해 스스로 책임을 부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이를 신뢰한 제3자인 거래상대방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상법규정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위 규정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위 상법 규정이 명의자(사례에서 A)를 영업주로 오인하고 거래한 제3자(사례에서 C)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것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사례의 경우를 위 상법 24조와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적용해 보면 A는 명의대여자이고 타인은 B, 제3자는 C에 해당된다 할 것이고 그러므로 A는 원칙적으로 B가 지급하지 못한 물품대금을 B와 연대하여 C에게 변제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A, B, C 3인의 관계에 비추어 만약 C가 사건의 식당이 명의는 A 명의로 되어 있지만 A는 명의를 대여해주었을 뿐이고 실제 경영자는 B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또는 그러한 사실을 모른 것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라면 A는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라고 함은 ‘약간의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례에서는 3인이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되어 있어서 A는 C가 식당 운영의 실체 관계를 알고 있었다(또는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여 물품대금 채무로부터 면책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소송이 진행된다면 A가 그러한 상황, 즉 C가 B에게 물품을 공급할 당시에 식당의 명의는 비록 A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영업주는 B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A가 증명을 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대부분 ‘누구에게 입증책임이 있느냐?’는 부분으로 귀결되며 거기에 소송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본다면 사례의 경우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A가 명의대여자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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