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2)「동물들의 놀라운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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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2)「동물들의 놀라운 집짓기」
  • 한들신문
  • 승인 2021.09.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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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박은주
로라 놀스 글, 크리스 매든 그림 / 박규리 옮김, 김산하 감수 / 한겨레아이들 / 2018.12
로라 놀스 글, 크리스 매든 그림 / 박규리 옮김, 김산하 감수 / 한겨레아이들 / 2018.12

다들 계획이 있었구나! 

엊그제 말 벌집을 없앴는데, 학교 2층 처마 밑에 벌집이 수두룩하다고 아이들이 몰려왔다. 시멘트 모서리 진 곳이다. ‘언제 저곳에 둥지를 틀었을까’ 올려다보니 제비집인지 벌집인지 헷갈린다. 제비집 하면 박을 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으로 새끼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저것은 항아리처럼 조그맣게 구멍이 나있다. 아이들이 떠드는 동안 주사님이 오셔서 제비집이라고 알려주시니 마음이 놓였다. 그날, 도서관에서 동물들의 집에 관한 책을 골라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보았다.

  집이 있어서 가장 좋은 건 뭘까? 우선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곳으로 따뜻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고, 포근함을 느낀다. 동물들도 같은 이유로 집을 짓는데 많은 동물들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집을 짓는다. 먹이를 저장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경제적이고 튼튼하게 짓는 능력을 자신의 유전자 속에 간직하고 태어난다. 이런 동물들의 집 짓기는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짓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치밀함도 갖고 있다. 집을 짓는 재료나 장소도 그 동물의 사는 생활과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이 책은 이런 여러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시원한 그림과 곁들여 일인칭 시점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집 짓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집의 소중함과 의미를 동물들의 다양한 집만큼 풍부하게 보여 주는 책이다.

  땅 속엔 어떤 동물이 살고 있을까?   
  산에 자주 오르다 보니 땅을 군데군데 파헤쳐 놓은 두더지의 흔적에 눈길이 갔다. 책에 소개된 땅 속 두더지를 보니 이렇게나 많은 땅 속 터널이 뚫려 있는지 상상도 못 해 본 것이다. 삽처럼 생긴 발로 터널을 뚫고, 예민한 코로 냄새를 맡아 땅속 지렁이를 잡는 두더지는 대부분을 땅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땅파기와 냄새 맡기는 선수지만 달리기에는 꽝이고 시력이 매우 나쁘다. 그러고 보니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그림책의 두더지 눈에 걸친 아주 쪼그마한 안경이 생각났다. 대부분 그림책에서 두더지를 그릴 때 안경을 덧붙이는 이유를 알겠다.
  수백 미터나 되는 땅 속에는 여러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 두더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간식 창고! 두더지 녀석, 땅 파는 건 꽤나 힘든 일이어서 자기 몸무게의 반만큼이나 지렁이를 먹어야 된다니 간식 창고가 여간 쏠쏠하지 않겠는가? 먹고 있는 지렁이 그림을 보니 어린이 친구들이 잘 먹고 있는 ‘꿈틀이’~~ 와 비슷하다. 

  나무나 구멍 속에는 누가 살까?
  바느질 솜씨가 으뜸인 재봉새, 반짝이는 깃털을 뽐내며 암컷을 꾀는 새틴바우어새, 연장 부리로 탁탁탁 톡톡톡 소리를 내는 우리에게 익숙한 오색딱따구리, 서로 도우며 잎사귀를 붙이는 베짜기개미,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오대양 육대륙에 사는 동물들의 사는 모습을 화려한 색채로 만날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집 짓는 모습을 보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조금 변형이 되어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다. 굴을 파서 다른 수많은 동물들과 어울려 사는 땅거북을 알게 되면서 서로 공존하는 것에 깊은 생각이 머문다.

  한 친구가 금빛제비를 먹는다 해서 찾아보았다. 설마, 참새구이처럼 먹는 것은 아니겠지... 침으로 만드는 금빛제비 집은 적에게 공격당하지 않으려고 바닷가 깊은 동굴 천장에 둥지를 짓는다. 해초를 물어다 침을 섞어 만든 재료가 젤라틴과 비슷한데 끓이면 독특한 향과 맛을 더한다. 중국 청나라 황제가 먹고 오래 살아서 비싼 가격으로 팔린다 하니 금빛제비 집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새끼를 기르고 먹이를 저장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집을 짓는데, 만약 꿀벌에게 밀랍과 육각형 방의 설계도가 없다면, 오소리를 땅을 팔 수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살게 한다면 동물들의 생존과 번식은 위험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해초를 침으로 이어 붙인 새의 지혜도 놀랍기는 하나 이 둥지로 요리 재료를 찾아낸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사실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책을 옮긴이와 감수한 박규리·김산하 부부의 《어쩌다, 딱따구리》를 읽고, 마음에 조용한 ‘따라 하기’가 생긴 것이다. 부부는 영국에서 50년 된 자전거를 끌고 다니기도 하고 옷은 중고매장에서 구입해 입고, 카페나 식당에서 종이컵을 거부하고 식당에서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반찬을 미리 반납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 환경에 관심을 두고 무해한 삶을 깊이 캐어 들어가 연구한다. 《동물들의 놀라운 집짓기》 책이 나에게 서로 공생하는 방법을 알게 해 준 선물이라 며칠간 신이 났다. 집은 모진 세상의 풍파에 맞서게 해주는 근원적인 힘과 자양분을 제공하는 곳이다. 나의 아늑하고 편안한 집이 좋은 만큼 다른 동물들의 보금자리도 헤아리는 마음이 생기길 바란다. 땅거북이의 보금자리처럼 느리고, 힘없고, 서투르지만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을 그려 본 오늘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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