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불통’의 정치 문화, ‘물꼬’를 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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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불통’의 정치 문화, ‘물꼬’를 트자!
  • 한들신문 논설위원회
  • 승인 2021.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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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의 「거창 수승대」 지정명칭 및 지정사유 변경 예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 1면)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이라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었을 터이니 논란이 커지는 것이 하등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논란이 커지는 것이 다양한 의견들의 분출로 이어져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될 수 있기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논란이 행정 절차에 대한 ‘오해’와 기존의 ‘불통’의 정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반성’의 절차를 건너뛰어 ‘소모적’이기 십상이므로 논란의 과정을 되짚어 어디서부터 막힌 것인지를 돌아보고 제대로 흐르게 해야 그 논란이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거창군의 보도자료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문화재청은 지난 2019년 명승으로 지정된 별서정원 ‘성락원(현재 서울 성북동 별서)’의 만든 이와 변화과정에 대한 역사성 논란 이후 명승 지정 별서정원 22개소의 역사성 검토를 위한 전수조사를 진행, 검토 결과를 지난 9월 2일 공개하였고 그 가운데 ‘거창 수승대(搜勝臺)’에 대한 명칭의 유래 등을 고증, 역사적 연원이 앞서는 이름인 ‘수송대(愁送臺)’로의 변경안을 내놓게 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청 예규 제227호(2020.12.10. 이하 ‘예규’) ‘자연유산(천연기념물 및 명승) 지정명칭 부여지침’ 제6조(지정명칭의 변경) 2항(현재 사용 중인 명칭의 대표성이 결여되었거나, 새로운 사료나 문헌자료의 발견 등으로 변경할 경우)에 근거하여 변경 예고한다고 지난 9월 6일 공고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번의 문화재 지정명칭 변경 과정은, 문화재의 신규 지정 절차와 달리 지자체가 명칭 변경을 신청하여 문화재청이 검토한 것이 아니라 문화재청의 자체 전수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지정명칭 변경을 처리하는 식이다 보니 거창군이 사전 협의 과정에서 빠지고 예고 후 의견 수렴의 대상으로 된 것이 문제였다.
  ‘예규’ 제6조(지정명칭의 변경)에서 열거하고 있듯이, ‘이름’을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새로운 사료나 문헌자료의 발견으로 객관적인 변경의 필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관리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분쟁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밖의 행정적·교육적·사회적 제반 여건과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화재정의 수승대 명칭 변경 예고가 ‘예규’의 지침을 위반하여 ‘일방적’인 것으로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예고 기간을 통한 ‘의견 수렴’이 정상적이고 합당한 절차인지를 가리는 일은 급선무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관계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여 제대로 된 검토가 되도록 하는 일이다. 
  ‘무소불위의 중앙’과 ‘힘없는 지방’의 틀로 현재의 논란을 이끄는 일은 시대착오적이고 명백한 오도이다. 오히려 경계할 것은 거창군민들이 내 고장의 명승지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이름’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의견을 모아내는 일이다. 거창군이 해야 할 일은 ‘거창군’의 ‘반대’ 입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는 길이 제대로 통하도록 막힌 물꼬를 틔우는 일이다. 억지로 물을 쏟아부어 막힌 곳을 뚫으려는 ‘관치’의 유혹을 벗어나 먼저 ‘소통’의 정치를 마련하라! 
  그것이 ‘일방적’이지 않은, ‘군민이 주인 되는 거창’의 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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