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도 ‘관광객’도 좋지만, ‘자연’도 지켜주세요
상태바
‘무대’도 ‘관광객’도 좋지만, ‘자연’도 지켜주세요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1.10.05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감악산 축제 ‘자연 훼손’ 지적도
‘항노화가 이런 건 줄 몰랐어요’

감악산 정상에 마련된 ‘감악산 꽃&별 여행’과 관련해 생태계 훼손 우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악산 정상 인근이 천연기념물 혹은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야생화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거창 내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에 따르면, 감악산은 천연기념물 제324-2호인 수리부엉이와 천연기념물 제328호인 하늘다람쥐의 서식처가 있다. 이 두 종은 푸른산내들 이순정 대표가 직접 목격했었다.
  또 지난 24일, 감악산 정상 행사장 인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의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감악산 행사장에서 발견한 삵 발자국
감악산 행사장에서 발견한 삵 발자국


  감악산 정상은 동물뿐만 아니라 야생화도 많다. 가장 유명하면서도 희귀한 야생화는 ‘물매화’다. 물매화는 고산지대에서 자라다 보니 남부지방에서는 보기가 어려운데, 감악산 정상과 진입로 배수로인 작은 도랑을 따라 물매화가 많이 핀다. 또, 얼레지 군락과 구절초, 솔체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있다.

감악산 곳곳에 피어 있는 물매화
감악산 곳곳에 피어 있는 물매화

  하지만, 24일부터 감악산 정상에 무대를 세워 늦은 밤까지 공연을 열다 보니 야생동물에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동물은 소음에 특히 민감하다. 먹잇감을 사냥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생존을 위한 많은 행동을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인한 동물 피해는 가축과 관련한 분쟁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소음이나 진동에 의한 가축 피해가 인정된 사례가 많다. 특히, 가축이 5분 평균 60 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데 따른 스트레스와 성장 지연, 수태율 저하 등의 인과관계는 분쟁조정위뿐 아니라 법정에서까지 인정되고 있다. 최대 70㏈ 이상 소음에 노출될 경우 유산이나 사산 등의 피해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최근 진입로를 급하게 확장하며 물매화와 구절초 군락지가 훼손된 데다 외래종인 아스타 국화를 가득 심어 생태계 교란도 우려된다.
  특히, 내년에는 진입로 구간을 2차선으로 넓게 만들 예정이라 더 많은 자연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푸른산내들 이순정 대표는 “지리산에서는 성삼재와 정령치 주차장을 없애라 외치는데, 거창에서는 수리부엉이, 삵, 하늘다람쥐가 사는 곳에 강한 조명과 소음이 발생되는 무대를 세웠다. 이 부분은 반드시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며 “외래종 심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그냥 꽃만 보고 가는 줄 알았더니 해발 900미터 정상에 큰 무대를 만들어 야간 공연까지 했다. 항노화가 이런 건 줄 몰랐다.”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