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무엇을 위한 발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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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무엇을 위한 발전인가
  • 한들신문
  • 승인 2021.10.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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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코로나19가 거의 2년째 지속되면서 우리들의 일상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코로나 이전의 추석은 먼 곳에서 찾아오는 가족 친지들로 온 집안이 떠들썩하고 들뜬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명절에 가족을 찾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니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을 찾아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던 시절에서 이젠 명절 가족모임이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 기분이 묘하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안 될 것 같아 며칠 전 사촌 동생과 단둘이 조상님들의 묘지 벌초를 다녀왔다. 나는 귀농을 했기 때문에 조상들의 묘지가 거창이 아닌 부산에 있어 새벽부터 서둘러 해운대에 위치한 장산 8부 능선까지 예초기를 메고 올라가 벌초를 한 후 다시 거창으로 돌아왔다. 
  벌초 후 산을 내려오면서 사촌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정년퇴직이 언제인지 물었더니 정년까지 버티기 힘들 거라고 한다. 
  사촌 동생은 부두 내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트레일러를 운전하는데, 자신이 속한 회사가 부산 신항으로 이사를 가서 고용승계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였다. 
  사촌 동생은 그 회사의 정직원이긴 하지만 올해 나이가 52세이고 회사 이전이 현실화되면서 고용 승계가 약속된 사람들이 정직원들 중 40대 초반으로 한정되었다고 한다. 
  부산 신항의 경우, 최근에 조성된 부두라 모든 시설이 최첨단으로 되어 있고 부산에 위치한 부두처럼 컨테이너를 사람이 운전하는 트레일러로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 타워에서 조이 스틱으로 조정되는 트레일러로 부두 내 운송을 한다는 것이다. 컨트롤 타워에서 1명이 3대까지 모니터를 보면서 무인 트레일러 조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 설 자리가 자꾸 좁아지고 좁아진 자리만큼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이윤이 늘어가겠지만, 그 이윤을 챙기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빈부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그 이윤을 가져가는 사람도 구매력을 가진 다수가 존재해야 자신의 부를 더 확대 지속할 것인데, 이렇게 사람들이 일자리에서 계속 소외되어 간다면 어떻게 구매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양질의 일자리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30대가 가질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실업률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경쟁력, 경쟁력을 소리 높여 부르짖는다. 
  이명박 정권 시절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윗목도 자연히 온기가 전달된다며 대기업 밀어주기 친화 정책을 썼지만 그 결과는 어땠는가?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윤을 재투자하지 않고 곳간에 차곡차곡 쌓자 결국 이명박 정권 말기에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포기하고 기업 규제 정책으로 환원하기도 했다. 
  대기업의 이윤 추구가 왜 우리 모두를 위한 발전으로 둔갑했는지, 반도체 시황이 불황에 접어들면 왜 텔레비전에서는 대한민국이 망할 것처럼 떠들어대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돈이 된다면 골목상권까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들어오는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이유로 사람들을 대규모로 정리해고할 때, 우리는 왜 그들의 행동이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생각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그들의 이윤을 위해 밀려나면서 그게 사회의 부조리가 아닌 개인의 무능력으로 치부되는 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그들의 발전과 우리의 발전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우리의 발전에 대한 생각은 제한된 자원과 부로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균형감 있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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