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3)「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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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3)「때」
  • 한들신문
  • 승인 2021.10.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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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박은주

다 때가 있어!

지우 글·그림 / 달그림 / 2019.10
지우 글·그림 / 달그림 / 2019.10

 

지우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때> 그림책은 연초록에 줄무늬를 입힌 띠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보는 순간, 이태리타월이 생각나죠. 제목이 ‘때’이니 그럴싸합니다. 띠지의 감촉도 까칠까칠하답니다. 보나 마나 목욕과 관련된 이야기이겠거니 하며 책장을 넘길 즈음, 두런두런 내뱉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때’를 만납니다.

  ‘때’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피부의 분비물과 먼지 따위가 섞이어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을 뜻합니다. 이 그림책의 제목 또한 모든 사람의 몸에는 때가 있듯, 원하는 바를 이룰 자신의 때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친절한 작가는 서문에 알려준 대로 두 가지 뜻의 ‘때’를 바탕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중년의 여인이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네요. 옷을 하나둘 벗는 것을 보니 목욕을 하러 온 거군요. 매일 인간의 몸에 빈틈없이 때를 벗겨 내는 이태리타월이 오늘은 이 여인을 손님으로 맞이하네요. 저도 추석 연휴기간 몸도 뻐근하고 비도 내리고, 뜨끈한 물에 푹 담갔다가 나와 피로를 풀고 싶은데 코로나로 대중목욕탕에 가 본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때가 되었군, 깨끗해질 때.
또 만났네, 시작할 때. 톡톡 제법 잘 불었네.
꽈악 비틀어 물기 한 번 쭈욱 빼고.
살살 흔들 때, 돌돌 말려 나오는 때.’


 
  제법, 콧노래라도 부르며 움직이는 이태리타월의 모습이 경쾌합니다. 몸 구석구석에 쌓인 때를 밀면서 깨끗해질 때까지 신나게 달려 볼 참입니다. 가로로 편집된 기다란 면지가 시원시원합니다. 때를 벗기는 연초록의 시원함과 속살처럼 보드라운 살구색이 개운함을 줍니다.
  때론 미끄러질 때, 간지러워도 꾹 참아야 할 때, 삶이 지루할 때, 그러다 예상치 못한 한 순간에 내 삶이 뒤집힐 때, 다리를 지나 무릎을 지나고 어깨를 넘어,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만나는 때를 쓱싹 쓰윽싹 잘도 버텨나갑니다. 열심히 잘 견뎌준 당신에게 내 몸 구석구석 때의 잔상들이 부드럽게, 가볍게 싹싹 썩썩 밀려 나와 희망의 날개가 되어 칭찬합니다.

몽글몽글 때 툭툭
꼬질꼬질 때 팡팡
구석구석 때 쏙쏙

돌고 돌아오는 때.

  때 밀 때의 모습을 너무나 잘 묘사해 줍니다. 밀리는 때의 모양까지 말이죠. 
  고단한 사람, 왜소한 사람, 문신한 사람, 하얀 사람, 검은 사람, 키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저마다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도 누구나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덕지덕지 쌓인 못난 마음들도 빡빡 벗겨줍니다.
  아직 나의 때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태리타월처럼 바쁘게, 신나게 살아보세요. 쌓이고 쌓인 때를 벗기면서 본분을 다하지요. 그러면 그 ‘때’가 선물처럼 돌아오겠지요. 이태리타월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를 상상하며 힘차게 솟구칩니다. 

  때를 잘 찾아가는 이태리타월이 가장 빛나 보이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삶의 고비들을 잘 견디며 세상의 어떠한 ‘때’에도 경험이 많은 저 중년의 풍만한 체구에서 휘날릴 때가 아닌가 싶군요. 목욕탕에서 발견한 인생철학이 담긴 때에 관한 이야기에서 여러분도 자신의 때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내게서 벗겨내고 싶은 때는 무엇인지, 기다리고 있는 때는 무엇인지, 또 특별한 때는 무엇인지, 나의 몸에 때를 찾듯 나 자신만의 특별한 때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의 눈부신 때는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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