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작명’의 정치학, 답은 ‘민주’다!
상태바
[한들의 시선]‘작명’의 정치학, 답은 ‘민주’다!
  • 한들신문 논설위원회
  • 승인 2021.10.05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름’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때 아니게 주역의 64괘 이름 가운데에서 사명을 지은 한 회사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는 진원지가 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른바 ‘대장동 개발 논란’의 중심인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관계사 및 투자자들의 이름인 ‘천화동인’이 그것이다.

  자산관리회사의 설립자가 동양철학을 전공한 법조출입기자라는 점이 이러한 작명의 배경이 된 것인데,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천화동인(天火同人)’은 주역의 64괘 중에서 14번째, 13번째 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화천대유’는 64괘 중 14번째 괘다. 불(火)을 상징하는 ‘이(離)’가 위에 있고 하늘(天)을 상징하는 ‘건(乾)’이 아래에 있어 햇볕이 하늘에서 내리쬐는 형상이라고 한다. 대풍년을 뜻하는 ‘대유(大有)’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화동인’ 괘는 ‘화천대유’와 반대로 불(火)을 상징하는 ‘이(離)’가 하늘(天)을 상징하는 ‘건(乾)’아래에 있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뜻을 같이 하는 동지를 구하는 괘로 불은 하늘로 치솟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임을 시사한다고 한다.

  ‘작명’의 의도가 어떠하든, 지금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민관합동개발사업인 ‘성남시 판교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커다란 배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인하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작명’ 덕에 큰 배당을 이룬 것인지, 아니면 그 ‘이름’으로 인하여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것은 한 법인격의 앞날의 일일 뿐이다.

  ‘이름’이 큰 관심사가 된 것은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대상은 우리 모두가 쓰고 있는, ‘명승 문화재의 명칭’이다. (▷관련 기사 : 4면, 157호 1면)

  문화재청이 명승인 거창 수승대(搜勝臺)의 명칭을 거창 수송대(愁送臺)로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역 내에서 명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향토 연구자의 발간 자료와 관련 기관 전문가와 인터뷰를 참고하여 작성한 이번 기사를 통하여 지역의 문화재인 ‘명승 수승대’를 둘러싼 명칭의 유래와 변화의 과정을 안내하였다. 기사를 통해, 우리 선조들 또한 ‘명승지’의 명칭과 관련하여 그 시대에 걸맞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고, 그런 세월을 통해 특정 이름이 여러 사람의 쓰임과 생각에 맞아 널리 사용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정치의 흐름에 따라 권력에 의해 이름 지어진 예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일제강점기의 지명 변경이 그것이다. 강요된 ‘이름’은 이제 제대로 본래의 이름을 되찾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이름 짓기’는 그 방법 또한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급하다고 하여 실을 허리에 맬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여러 사람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민주주의 시대의 ‘작명’법, 그 해답 또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는 것이다. 지역의 명승에 대한 군민의 관심을 높이고 그 명승지를 명승지답게 만드는 일, ‘개발’의 욕심으로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문화자산을 훼손하는 일을 막는 일이 선조가 물려준 이름을‘명실상부’하게 하는 급선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역에서 옛사람은 우리에게 이르고 있다.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천하의 만 가지 다른 길은 하나로 통하며, 온갖 생각이 하나로 귀결되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염려하겠는가.” 만 가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큰 그릇, 그것이 ‘민주’가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