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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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들신문
  • 승인 2021.10.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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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행복한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엄마 전나래

아이를 둔 가정이라면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집 아침도 늘 분주하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내가 신경 써야 할 일은 아이들이 입고 갈 옷들을 준비해두는 일이다. 세 아이들 각자 자기 스타일이 있어서 좋아하는 옷들도 따로 있다. 각자가 좋아하는 옷들이 여러 벌이라면 문제 될 게 없겠지만, 둘째 아들이 아끼는 바지 스타일은 시중에서 구하기도 어렵다. 둘째 아들은 무릎 밑까지 살짝 내려오는 매끈한 천의 반바지를 늘 입고 싶어 한다. 반면, 셋째 아들은 반바지가 무릎을 덮으면 안 된다. 활동하기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은 교복을 입기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티셔츠나 바지 스타일을 고집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양말 취향이 확고하다. 복숭아뼈를 덮을 정도의 발목까지 오는 두껍지 않은 회색 양말이어야 한다. 유니폼에 최대한 자기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시그니처(signature)가 양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셋째는 형들이 물려준 옷들이 많고 옷 선택의 폭이 넓어서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첫째와 둘째 아들의 양말이나 바지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낮에도 신경이 쓰인다. 빨래를 해서 건조기에 말려놔야 그다음 날 아이들이 기분 좋게 자기들이 원하는 옷과 양말을 입거나 신고 학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특히, 양말은 왜 이렇게 어디론가 잘 없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또 구멍도 자주 생겨서 실과 바늘은 늘 내 손이 닿기 편한 곳에 있다. 
  하루는 빨래를 전날 미리 해 두었는데도 회색 양말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요상하게도 몇 개 남아있던 회색 양말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렸다. 하루만 참고 다른 양말을 신고 나오라고 하고 차에 먼저 올라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첫째 아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보니, 첫째가 회색 양말을 찾고 있었다. 순간 나는 첫째 아들이 참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하루 정도는 다른 양말을 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회색 양말을 꼭 찾으려고 하는 아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원하는 양말을 찾아냈고 기어이 회색 양말을 들고 차에 올라탔다.
  차를 타고 세 아이들을 학교로 다 보내고 나서 거창 시장으로 향했다. 나는 가끔 시장에 있는 양말 가게에서 한 켤레 당 500원을 주고 20켤레씩 사 온다. 양말 가게 주인에게 양말 값을 입금시켜드리는데, 입금 내역을 찾아보니 1년 6개월 전에 회색 양말 20켤레 값을 보냈었다. 1년 6개월간 큰아들을 위해 쓴 양말 값이 만 원이었던 셈이다. 방금 전 느꼈던 아들에 대한 원망은 사라지고 미리 양말을 사다 놓지 못했던 게 참 미안했다. 아이들 아빠와 나는 매일 커피 머신을 이용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우리가 마시는 커피 캡슐 비용이 1년 6개월 동안 만 원보다는 훨씬 더 많다. 커피 캡슐 사는 것은 잊지 않고 잘 챙기는데 양말을 미리 사 두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우리 기관에는 양말을 항상 벗고 수업을 받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던 아이가 있다. 자주 벗어놓고 안 가져가서 내가 양말을 세탁해서 분실물 선반에다 올려두면 아이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씩 수거해 가곤 했다. 어머니가 오실 때마다 한숨을 쉬면서 아이의 양말을 찾아다니느라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셨다. 나는 자주 가는 양말가게에서 양말 20켤레를 사서 그 어머님께 선물로 드렸다. 한 켤레 당 500원짜리 양말을 샀으니 부담가지시지 말라는 말씀과 함께 말이다. 아이는 엄마가 양말을 꼭 가지고 오라는 잔소리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아서 양말을 잃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씀도 조심스럽게 드렸다.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리고 싶었다. 만 원이면 양말 20켤레나 살 수 있고 신다가 잃어버려도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는 금액인데, 양말 때문에 아이를 계속 나무랐던 것을 후회하시면서 아이한테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이날 이후로 어머니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양말을 수거하러 들르는 일이 없었고, 아이도 양말을 벗고 수업하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잘못의 원인을 늘 타인에게서 찾는다, 반면 참된 부모인 10단계 부모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깨닫는다. 타인에게서 잘못을 찾으려 하면 문제 해결이 더디고 쉽지 않다. 아이를 탓하기보다 부모가 생각을 조금만 바꾼다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이와 부모의 신뢰가 쌓이면서 갈등이 생기기보다는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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