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 집배원, 표영수 시인)
김장을 하다가
표영수
배추 속잎보다 포개어진
어머니의 사랑 속엔
내가 질러놓은
칼금이 수 십 개는 더 있었을 게다마른 잎에 슬슬 치는 소금
그 얼간에도
내 이리 속 따가운데고춧가루 마늘 생강
시도 때도 없이
젖국에 버물어 다져넣은
맵고 아린 소푹 삭아 우러나던
어머니의 사랑 속엔
내가 질러놓은 칼금이
수 십 개는 더 있었을 게다.『새는 자기 길을』 시집 중에서
나를 창조하신 이는 하나님이시지만
나를 나 되게 하신 이는 부모님이시지요,
그중에도 어머님의 사랑을 그 봉사를 오래 참으심과 헌신을
무슨 좋은 표현이 있어 다 그려낼 수 있다 하리오.
어느 자식이 있어 그 은덕을 다 갚을 수 있다 하리오.
시도 때도 없이 알게 모르게 실망시키고 서운하게 했던
일들 살아계실 때는 다 느끼지도 못했지요.
부모님은 늘 내 옆에 계시는 분인 줄로만 알았지요.
옛시인의 노래에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하였거니
밀려오는 한스러움이 어찌 김장을 하다가 뿐이리오.
길을 가다가도 먼 산을 보다가도 하늘을 보다가도
그립고 아쉽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스러움이,
어찌 나만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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