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4)「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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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94)「비 오는 날」
  • 한들신문
  • 승인 2021.10.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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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홍순희
유리슐레비츠 글.그림 / 강무홍 옮김 / 시공 주니어 / 1994.4
유리슐레비츠 글.그림 / 강무홍 옮김 / 시공 주니어 / 1994.4

 

10월에 소개할 그림책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유리 슐레비츠’의 책 중에서 《비 오는 날》이란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마치 서정적인 시 한 편을 읽는듯한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나는 흙내음을 맡아보신 적 있으세요? 책 표지를 여는 순간 마른 흙에 빗방울이 떨어질 때의 흙내음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책의 왼쪽 편에는 구입했을 때의 날짜와 글귀가 적혀있네요. 2002년 봄비 오는 날 둘째 딸에게 선물했던 책인가 봅니다. 
  아이는 훌쩍 자랐고 오랜 시간 서가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림책 한 권... 가을로 깊어지는 10월의 문턱에서 여러분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그림책의 첫 장을 열어볼까요? 작은 방에 소녀와 고양이가 침대에 앉아있는 그림이 보입니다. 천장이 닿을 듯 나지막하고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는 것 같아요. 고양이는 몸을 움츠려 자고 있는 건지 무언가를 포기한 듯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아요. 

밖에는 비가 오고 있나 봐.
빗소리가 들리잖아.

  그랬군요. 소녀와 고양이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거예요. 비가 와서 시무룩해졌던 거였군요. 주인공인 소녀, 조그만 다락방 이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시간이 흐르듯 고양이도 움직이고 그림의 장면도 방 안에서 밖으로 향합니다. 높게 솟은 굴뚝이 보이고 지붕 위로도 빗방울이 투두둑 떨어집니다. 길 위에는 노란 우산을 쓴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온 마을에 비가 내리고 건물 위로 보이는 하늘은 어두컴컴합니다. 비가 많이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네요. 

  그림 속에 보이는 마을 도로는 온통 물바다가 되었어요. 빗줄기는 길바닥을 따라 흘러가고 그림 속의 노란빛이 점차 짙어집니다. 그리고 소녀가 물 웅덩이에 종이배를 띄웁니다.
  소녀는 생각합니다.

내일은 내 작은 배를 띄울 수 있을 거야.
  이제 소녀는 밖으로 나오고, 그림 속의 풍경은 멀리 보이는 산과 넓은 들판 그리고 파란색의 강이 보입니다. 언덕과 풀밭은 점점 노란색이 짙어지네요. 
  연못에는 개구리가 뛰어놀고 그림의 색깔은 연두와 초록으로 짙어집니다. 연못 위에 내려앉은 빗물은 어디론가 흘러가고 시간도 점차 흐릅니다.
  큰 나무는 무성한 잎을 늘어뜨리고 풀과 나무도 자랍니다. 냇물은 쉴 새 없이 흘러 쏜살같이 강을 지나 드디어 바다에 이르렀지요.

  이제, 책 속의 그림은 처음과 달리 점차적으로 움직임이 크게 느껴지고 넘실대는 파도와 세찬 물결이 하얀색으로 표현되어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힘찬 파도는 잠잠해지고 잔잔한 파도 저 멀리 노란빛의 무지개가 보입니다.
  무지개는 점점 짙어지고 삭막했던 마을에도 무지개가 뜹니다. 새들은 평화롭게 거리에서 몸을 씻고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어디선가 맨발의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신나게 물 웅덩이를 뛰어다닙니다. 물 웅덩이 속에 파란 하늘이 비칩니다.

  그림책의 맨 마지막 장면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소녀와 고양이의 방안입니다. 창밖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어요. 그러나 고양이도 소녀도 밝은 표정입니다. 창가에 있던 화분 속의 화초에는 새순이 올라오고 있네요. 이렇게 그림책은 끝이 납니다. 
  작가인 유리슐레비츠는 아이들에게 시적 분위기를 주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데 비가 쏟아지는 산과 들을 아름답게 표현했던 것과는 달리 마을의 건물과 집은 금이 가고 부서져 있어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던 작가는 어린 시절 전쟁으로 인한 유랑 생활을 했다고 해요.

  비가 쏟아지는 자연과 소녀 아이들을 통해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와 다르게 삭막한 도시와 메마른 나무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림책을 마무리하며 끝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거센 파도가 오더라도 메마른 화분의 씨앗이 자라듯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비가 그친 하늘에는 무지개가 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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