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부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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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농부의 계절
  • 한들신문
  • 승인 2021.11.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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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온 나라가 시끄럽다.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나온 대장동 게이트도 그렇고 모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도 들리는 것 같아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꾸준한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으로 정부가 공언한 70% 접종률에 도달해 11월부터 정상적인 일상 회복을 위한 시작을 준비한다니 매우 기쁘다. 

  요즘 다들 바쁘겠지만 제일 바쁜 건 아마 농부가 아닐까 싶다. 수확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공들여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느라 온 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어쩌면 작년보다 더 힘든 한 해를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사과농부다. 작년엔 오랜 장마로 인한 부사 갈반 피해가 많았지만 올해는 전체 강수량이 많아 갈반도 많이 나타나고 홍로에도 탄저가 많이 발생해 많은 농부들이 애를 태웠다. 게다가 유례없는 10월 강추위가 와서 사과 잎이 얼어 버린 후 계속되는 저온으로 회복되지 않아 사과가 익지 않은 밭이 많다. 사과가 색이 나지 않으면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3년여 동안 이상 기후로 인해 사과가 제대로 수확된 적이 없다 보니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도 피해지만 사과 유통 체계가 농민들 중심으로 되어 있지 않아 손해를 본 농민도 적지 않다. 특히 홍로 농가의 경우 추석 전에 안동 공판장으로 사과를 출하하지 못해 제값을 받지 못한 농가가 많았다. 안동 공판장은 다른 공판장과 달리 플라스틱 상자에 사과를 담아 보내면 공판장 내에서 선별 작업을 마친 후 경매에 붙여져 가격이 책정된다. 

  타 공판장의 경우 농민이 먼저 선별한 후 종이 상자에 담아 보내야 경매에 붙이는데, 사과 생산만 해도 정신없는 농민이 선별, 포장까지 해야 하다 보니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에 노동력 낭비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농민들 대다수가 노동력 투입이 적게 드는 안동 공판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사과 농가가 안동 공판장으로 몰리다 보니 공판장이 거의 마비되는 사태에 이르렀고, 예약이 꽉 차 추석을 열흘 이상 앞두고 신규 경매 물량을 거부하여 많은 농민들이 출하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유통업자 중심이 아닌 농민이 중심이 되는 유통체계가 빨리 들어섰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농민은 농산물만 잘 만들면 되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인구 대비 농민의 비율이 낮다 보니 위정자들이 제일 신경 쓰지 않는 것이 농민들의 삶이고 거의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정부도 농민 관련 정책에서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농민은 생명을 키우고 가꾸는 성스러운 직업이다.
  
  아무리 시대가 최첨단으로 흐른다고 해도 사람이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며 그 먹거리는 농부들이 만든다. 농업의 공익적인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에 동조하지 않고 있으며 그로 인해 농민이 대접 받아야 할 기본적인 대우도 받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농업의 공공성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홍보되어야 하지만 그를 위해서 농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직불금 지급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농업의 공공성 관련 홍보는 거의 없다고 본다. 

  농부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한다. 수확의 계절이 정말 즐거운 농부의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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