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병목사회’로 가는 아이들,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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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병목사회’로 가는 아이들, 어찌할 것인가?
  • 한들신문 논설위원회
  • 승인 2021.11.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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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이들이 먼 길을 돌아 등교를 하고 있다. 통학구역이 멀어서가 아니다. 지정된 학구에 속한 학교가 아닌 타 학구의 학교에 가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1면)
  이른바 ‘학구 위반’, ‘위장 전입’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단 우리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문제다.
  문제를 알고도 해법을 찾지 않는 사회는 살아서 성장하는 사회가 아니다. 정체와 부패 속에 자신을 가둠으로써 성장을 멈춘, 죽은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공정’과 ‘기회균등’이 화두가 된 사회다. 이른바 ‘정의론’이 철학자의 책에서 나와 대중적으로 입에 오르내릴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이 사회에 보내는 절규 섞인 현장의 구호에도 각인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성공’의 진입로로 ‘대학’을 선택한 지는 오래다. 그래서 그 초입의 초등학교 또한 중요한 ‘선택지’가 된 게 지금의 현실이다. ‘교육 기회의 균등’을 내세운 공교육의 초입부터 이런 과열의 ‘병목현상’이 드러나고 있음은 씁쓸한 일이다.
  “교육시설의 편차로 인해 특정 학교로의 쏠림이 심각하다는 것은 결국 쏠림을 해결하면 된다는 뜻인데, 지금까지 교육계와 행정, 시민단체 모두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치하고만 있었다.”라는 교사의 말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문제를 문제로 드러내지 않고 숨길 때 불공정과 불의가 자란다. ‘교육도시 거창’의 구호만 있을 뿐 ‘알맹이’는 우리가 보는 그대로다. 
  학부모의 ‘학구 위반’을 쉬쉬하며 동조하는 ‘불안한 공존’ 속에서 건강한 공동체의 신뢰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위선의 거품만 남는다. ‘학구 위반’으로 인하여 효율적인 교육행정이 방해받고,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과밀학급으로 인해 열악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교육행정이 아니다. ‘교육 도시’라는 이름을 통해 ‘랜드마크’적인 시설의 건축에만 관심을 쏟는 정치와 행정의 ‘복지부동’은 더더욱 위험한 ‘책임 방기’이다.
  2016년에 ‘병목사회’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텍사스대학교 로스쿨 조교수인 조지프 피시킨의 책은 기회균등에 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여러 형태의 인간 행복으로 이어지는 상이한 경로를 추구할 기회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서 기회를 재구조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른바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원화’하는 것이다.
  물론, ‘다원화’는 쉬운 길이 아니다. ‘균등’과 ‘공정’의 문제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보다 더 많은 지혜가 요구되는 일이다. 지금 우리 지역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초등학교 ‘쏠림’ 현상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동체적인 지혜의 모둠이 중요하다. 
  지금의 초등학교 선택의 ‘쏠림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학부모, 교육기관, 교육 전문가들이 드러내 놓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때 ‘교육도시 거창’의 바른 모습은 갖춰질 것이다. 그러한 공존과 공생의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 속에서 ‘지역교육의 협치’에 대한 새로운 본보기로서 ‘교육도시 거창’이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병목’ 같은 다리를 건너 먼 곳의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의 ‘병목’ 같은 좁은 생각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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