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게스트하우스 5월 - 의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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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게스트하우스 5월 - 의환 씨
  • 한들신문
  • 승인 2021.11.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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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솔이네 가족

 

“까똑~까똑~” 잠자던 남편의 핸드폰 카톡 메시지가 울렸어요. 이번에도 쿠바에서 콜롬비아로 여행 오는 여행자이었습니다. 럭비 선수 출신의 젊은 사진작가면서 요리사를 꿈꾸는 의환 씨는 우리 가족과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한국에서 3천만 원을 벌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쿠바에서 콜롬비아로 음식여행을 온 것이었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인종차별을 늘 받았는데 항상 같이 싸웠었다고 해요. 그중 눈싸움의 기술을 알려주기도 했지요. 눈이 시리도록 끝까진 째려보면서 한국 욕을 하면 이긴다는 거예요. 하하!
  그는 아침마다 모카포트에 콜롬비아 맛난 커피를 끓여먹고 그릇을 다 씻어 엎어놓고는 동네 조깅을 갔다 올 정도로 부지런했습니다.
  그의 방 청소를 하러 들어갔는데 여행 소지품이 직선, 직각에 맞게 깔끔하게 바닥에 쫙 깔려 있었어요! 물어보니 장군 같은 아버지 밑에서 커서 습관이 되었다고 하네요. (직선과 직각이 주는 마음의 안정)
  어린시절 야구배트로 맞아가며 컸다고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본인의 행동이 아버지를 닮아가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그런 의환 씨가 친근하고 좋더라고요. 한국에서 중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다가 남미로 날아온 제 아들은 의환씨의 여행이야기에 눈이 반짝반짝하며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새벽을 맞았습니다. 쿠바 여행 중 며칠 동안 아바나 시내를 시민들과 걸어 다니며 그들의 눈물을 보면서 사진을 찍은 피델 카스트로 장례식을 본 영광(?)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역시 여행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걸 알았답니다. 우연히 방문하게 된 곳에서 세기의 큰 사건이 일어날 줄이야. 좋은 타이밍을 맞출 수 없으니 역시 많이 다녀야 하는 건가?)
  아들과 더 친해진 의환 씨는 둘이서 자전거 하이킹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2700 고도에서도 힘들어하지 않고 동네 작은 산을 무리 없이 자전거로 넘어가 아들이 찾아낸 맛집 빵집에서 갓 나온 파이를 맛있게 먹고 돌아오곤 했어요.
  그의 파워 텐션이 더해 아들의 학교에도 찾아가서 친구들 사진을 다 찍어주기도 하고 보고타 시내에서 같이 시장도 보기도 했습니다. 만나는 시장 상인을 일일이 다 사진을 찍어주었다지요~(콜롬비아 사람들, 정말 친절하고 호기심도 많아 한국에서 온 우리들을 정말 많이 좋아해 줍니다. 나라마다 사람들 성품들이 약간씩 다른데 제 생각으로는 경상도 친구들 느낌이 들었어요) 5월 까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유명한 시파키라 소금 광산, 소금 성당(Zipaquira Salt Mine)이 있어요. 지하에서 원주민들이 소금을 채취해 올려주면 지상에서 스페인 정복자들이 빵과 바꿔주는 가슴 아픈 지하 대도시입니다. 의환 씨는 그곳의 사진도 많이 찍어왔어요. 맥주가 맛있는 콜롬비아. 의환 씨는 빈 맥주 캔과 병들을 한국으로 미리 배송 보내기도 했어요. (여행의 팁입니다. 현지에서 구입한 무거운 물건들은 미리 한국으로 배송해버리면 앞으로의 여행가방은 가벼워지죠. 선박 택배는 가격도 저렴합니다.)
  그 후 페루에 날아간 의환 씨가 보내온 메시지 “형수님! 말씀대로 택시가 날아다녀요!!! 와우~~~” (페루에는 우리나라 티코 자동차가 택시가 되어있답니다. 그렇게 날아다니는 택시들은 사고 한번 안 나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럭비 선수 출신의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여행하는 요리사를 꿈꾸는 건강하고 멋진 의환 씨는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거대한 대포 카메라 풀세트는 싹 팔았다며 해맑게 웃었어요.

  난 의환 씨가 너무 좋아요! 하는 말마다 너무 재미있어서 배를 잡았는데.. 아직도 생각나는 말 “전 똥 빼고 다 먹어요!”
  지금도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사진들과 글을 볼 수 있는 행운이라니, 난 참 복이 많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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