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원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만큼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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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것만큼 소중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11.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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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행복한 아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엄마 전나래

막내아들이 사고 싶은 것이 있다고 나에게 왔다.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가 입을 망토 아이템이 그것이었다. 캐릭터가 망토를 입었을 때의 각종 혜택에 대해 말하며 왜 반드시 망토를 사야 하는지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물론 *엄마 은행에 저금해둔 자신의 돈으로 살 것이고 아빠 카드로 결제를 하면 통장에서 결제한 금액만큼을 인출해서 아빠께 드리겠다는 것이었다. 아빠께 말씀드리고 물건을 사라고 했다. 그런데, 막내가 우울한 표정으로 다시 나에게 왔다. 아빠가 사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 아빠에게 반대한 이유를 물었는데 망토의 효용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아이 아빠가 산 와인 냉장고나 그 안에 보관해둔 와인들은 나와 아이들에게는 비싸기만 하고 불필요한 것이지만, 아빠에겐 소중한 물건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정해주는 것이고, 아이가 사려고 하는 아이템도 쓸데없는 물건처럼 보일 수 있을지라도 아이에겐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것일 수 있다고 말이다. 내 말을 들은 아이 아빠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빨리 인정했다. 아이에게도 사과하고 망토 값을 결제해주었다.  
  우리 부모들은 때때로 자신들이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은 효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이나 게임 아이템들을 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주 마시는 술이나 매일 태우는 담배라면 어떻게 설명하든 건강에는 해로울 수밖에 없다. 부모의 여러 가지 사정을 이해하기에 아이들은 부모들의 소비를 참아주는 것이다. 당연히, 술과 담배가 돈을 주고 살만큼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이해하려 노력해주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잘 따져보면, 우리 어른들이 사는 것들이 비싼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유명인들의 광고 유혹에 이끌려 사둔 물건이 집안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꽤 있다. 결국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샀다고 자책도 해 가면서 어른들도 점점 더 현명한 소비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사고 싶어 하는 게임 아이템들은 어른들에게는 필요하지도 않고 좋아 보이지도 않을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보다 더 값진 물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돈으로 사는 물건은 아이의 선택이기에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서툴 수 있는 판단들 속에서 소비하는 과정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아이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는 말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가 사는 물건은 낭비니까 무조건 사지 말라는 논리는 아이에게 통할 리 없다.  
  어떤 부모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자의식이 확립되지 않고 판단력도 흐린 상태이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아이의 소비를 억제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아직까지 10단계 부모의 개념에 대해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하신 부모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10단계 부모들은 강제적인 육아를 하지 않는다. 비록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경험할 지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들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못하여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의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는 빨리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안다. 이런 모습을 보인 아이 아빠는 10단계 부모임에 틀림이 없다. 10단계 부모가 되기 전까지 나도, 아이 아빠도 우리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했을 때가 물론 있었다.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겪는 것을 강제하지 않고 지켜보는 이유는 물건을 낭비하는 습관을 가지길 원해서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못하게 막는 것이 현명한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소비에 대한 우리 부모들의 목표는 한결같다. 아이들이 현명한 소비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믿어보자. 스스로 경험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때론 지칠 때도 있을 것이다. 육아의 길은 절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신뢰하는 과정들 속에서 부모도 아이도 좀 더 현명한 소비습관이 생기게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엄마 은행 : 아이들은 무언가를 살 때 엄마 아빠와 의논을 하고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이 물건을 사는 것을 대행해주고 그 금액을 엄마 은행 통장에서 인출해서 갚는다. 초기에 연재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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