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이제는 ‘사회혁신’을 통한 ‘매력’을 만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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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이제는 ‘사회혁신’을 통한 ‘매력’을 만들어야만 한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11.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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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YMCA 비상대책위원장 표경흠

거창에 내려온 지 4년이다. 개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외부에 의존되어 있다 보니 지역의 문제와 상황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었고, 제대로 알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최근 시민단체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지역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깊어지고 있고, 해결하기 위한 대안 모색에 골몰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화두가 바로 ‘사회혁신’과 ‘매력’이다. 게다가 필자가 꽤나 오래도록 느끼는 고향의 답답함은 바로 변화가 없는 상황(사람, 관계, 위계, 방법 등)에 대한 것들이다. 
  경영학과 마케팅을 공부하다 보면 쉽게 만나게 되는 제품수명주기이론(PLC: Product Life Cycle)이 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반드시 유효한 기간이 있다는 것으로 시민운동과 지역운동, 주민을 만나고 조직화하는 모든 활동의 수명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창의 많은 시민단체와 활동가들도 이제는 이런 관점에서 한 번쯤 돌아보고 운동방식을 리뉴얼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다양한 사회문제를 정의하는 생각의 전환을 의미하는 ‘사회혁신’이 등장한 지 오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계망을 통해 정부와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지역사회에서 해결해 나가고 있는 사례들이 많고, 그 방법론을 공부하고 빌려야 할 시기다.
  사회혁신의 프로세스를 도식으로 정리하고 보여준 Caulier-Grice는 “사회혁신은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며, 이 새로운 방식은 다양한 영역 간의 교차, 구체적인 상황 반영, 사회적 가치 내재, 측정 가능한 구체적 결과의 도출, 사회적 관계 및 권력관계의 변화, 시민 역량 강화 등의 특성을 포괄한다”라고 했다.
  사회혁신의 핵심 요소에 대한 정리는 유럽의 사회혁신 이론, 정책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로 알려진 ‘TEPSIE (The Theoretical, Empirical and Policy Foundations for Social Innovation in Europe)’는 사회혁신의 핵심 요소로 ①참신함(novelty) ②아이디어에서 실행으로(from ideas to implementation) ③사회적 요구의 충족(meets a social need) ④효과성(effectiveness) ⑤사회역량 강화(enhances society's capacity to act) 5가지를 꼽고 있으며, 사회혁신의 여섯 단계의 방법론 방사형의 도형 그림으로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사회혁신의 여섯 단계로 ①Prompts : 사회적으로 필요를 규정하는 단계, ②Proposal :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단계, ③Prototyping : 현실에서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를 실험해보는 단계, ④Sustainning : 프로토타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과정, ⑤Scaling and diffusion : 확대와 확산, 사회혁신이 성장하는 단계, ⑥Systemic change : 구조적 변화, 사회혁신이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는 단계까지 총 6가지의 단계를 바탕으로 사회혁신의 과정은 진행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의 학습과 적용으로 거창이라는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사회혁신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아이디어를 실천하고 구현하기 위해 실현 과정을 지원하는 기관과 기금, 훈련된 리더와 구성원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거창의 시민운동계는 모든 면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전략적 포지셔닝을 새롭게 잡아야 한다. 
  1969년 S.R. Arnstein은 ‘시민참여의 사다리 이론’을 통해 8단계의 사다리 가운데 상위 3개를 시민권력(citizen power)으로 규정하고 지향해야 할 지점으로 설계하고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혁신의 진정한 지향점은 문제 해결의 주체가 ‘국민, 주민, 시민’이라는 점에 있고, 사회문제 해결의 권한을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 그래서 국민이 더 많은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것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을 잘 살려가는 사회혁신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런 권한의 분산과 위임은 지역의 청년들의 활동과도 연결되어야 하며, 권한의 회복을 통한 자기조직화와 연결의 확산, 사회혁신의 재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만 한다. 지시 순응과 상명하복의 봉건적 위계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에서 청년들의 자발성 회복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권한 위임과 자기 주도, 믿고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 길에서 주민자치도 만나고, 도시재생도 엮이고, 사회복지와 자원봉사, 마을까지 함께 하게 되면, 다양한 영역과 분야가 교류 협업하는 소셜 디자인까지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거창의 시민운동 생존과 확산은 이제 이러한 연결을 통한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작은 꿈을 그리며 청년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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