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시선]‘약자에 대한 비난’을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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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의 시선]‘약자에 대한 비난’을 ‘비난’한다!
  • 한들신문 논설위원회
  • 승인 2021.11.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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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이 신축하는 아파트‘더샵’ 터파기 공사장 인근 공동주택지에 외부 바닥 균열이 발생한 데 이어 건물 내부에서도 금이 발생하여 빌라 거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해당 건설사와 거창군은‘문제없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라서 갈등이 예상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하고 나선 대성빌라와 김C 빌라 입주민들이 ‘악성 민원인’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1, 3면)
  단순히 ‘주변 공사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당사자 간의 갈등’으로 여겨 ‘일상적 문제’일 수 있다. 이 일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우리 사회의 구조에서 벌어지는 갈등 관계의 해결을 둘러싼 ‘비난 문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측은 공사 중 발생한 금은 맞지만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치 이내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인데 “매주 2회 계측하고 있고 계측기를 추가로 설치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한마디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거창군 관계자도 “가스안전공사에서도 현장을 방문해 ‘문제가 없다’라고 결론 내린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우려에 대해 계측기를 더 설치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니 마찬가지 입장인 셈이다.
  이에 대한 거창군의회 의원들의 입장도 같은 방향이다. 거창군의회는 지난 4일 열린 군정 업무보고에서 입주민들의 민원을 ‘개인 민원’으로 보고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상을 더 받으려는 악성 민원인’으로 취급하고 민원을 제기한 입주민들은 오히려 ‘보상을 요구한 적도 없다.’라며 억울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아파트 공사로 인해 지반과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여 불안하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에 ‘보상금을 올리기 위한 것 아니냐’라는 ‘비난’으로 대답하는 사회는 이미 ‘비난 문화’에 찌든, 죽은 사회다.
  ‘비난의 역설’이라는 책에서 스티브 파인만 교수는 ‘비난’에 대한 통찰을 통해 ‘비난’의 순기능에 대해 새롭게 제기하기도 했다. 
  “합당한 비난과 분노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비난이 없다면 도덕규범은 실천이 보장될 수 없고 법적 구조도 지탱될 수 없다. 비난은 흥미로운 역설을 담고 있다. 사회에 필요하고 순기능적인 속성이 있는 한편 뒤틀리고 파괴적인 속성 또한 갖고 있다.”
  스피브 파인만 교수는‘비난’에 대한 순기능은 기업과 정부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노력과 역할에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권력과 특권의 남용, 부패와 비윤리적 행동 등을 찾아내고 드러낸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문제에 맞서는 시민단체, 소셜 미디어, 내부 고발자 등의 역할에 ‘비난’의 순기능이 부여되는 것이지, 중세의 ‘마녀 사냥’이나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권력의 ‘구분 짓기’는 ‘비난’의 최악이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이 ‘비난’으로 여겨질지라도 지금의 ‘약자에 대한 비난’을 ‘비난’하고자 한다. ‘누가 망가뜨렸는가’에 움찔하기보다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주목하고 나아가는 우리 지역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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