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30]아이들과 같이 있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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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30]아이들과 같이 있어 좋은
  • 한들신문
  • 승인 2021.11.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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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감 신인영

■ 수수께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왕은? 왕, 정신왕... (우왕좌왕)
얼굴에 있는 조개는? (보조개)
왕과 헤어질 때 하는 인사는? 안녕, 왕인사, 발킹, (바이킹)
  지난 9월 초, 교무실 맞은 편에 수수께끼 판을 만들었다. 교무실 수납장을 정리하다 보니 1학기에 쓰고 남은 머메이드지가 있었다. 이 종이로 뭘 하면 좋을까? 뭘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까? 그러다 수수께끼가 생각났다. 수수께끼는 무궁무진하고 저마다 생각하는 답을 적을 수 있고, 나도 수수께끼 3개를 쓰는 것쯤이야....
  다행히 아이들은 수수께끼에 관심을 보였다. 정답자에게 주는 혜택이 없어도 오답과 정답을 잘 쓴다. 일주일에 2번 문제를 바꾼다. 며칠 지나도 정답이 안 나오면 힌트를 써 둔다. 어떤 아이는 교무실에 와서 답을 묻기도 하고, 힌트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3개 모두 답이 나오면 카드 아래쪽에 정답을 써서 수수께끼 통에 넣고, 새 카드를 붙인다. 

■ 아이스하키 게임
  올해 우리 학교의 핵심 주제는 “놀이”다. 그래서 교원은 놀이에 관한 영상 보고, 연수 듣고, 이야기 나누고, 새로운 놀이를 배웠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인생의 예방주사를 맞는다. 넓고 거친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 인생의 축소판인 놀이를 통해 미리 경험하고 연습해 보는 것이다.”(최미향, 놀이의 쓸모)라는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여건과 환경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의논해서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있다. 
  담당 선생님이 학교 여기저기에 둘 놀잇감을 사는데, 좋은 게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했다. 예전에 놀이 박물관에서 아이와 했던 아이스하키 게임을 알려 주었다. 전기를 꽂아야 하고, 다른 데 둘 곳도 마땅치 않아 당분간 교무실 앞 복도에 두기로 하고 샀다. 게임도구가 도착하고, 담당 선생님이 조립해서 아이스하키 게임판을 만들었다. 
  아이스하키 게임은 완전히 자율 놀이터다. 사용 시간이나 방법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주의사항을 붙이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등교해서 교실로 가는 길에, 쉬는 시간에, 점심시간에, 방과 후에 두 세 명씩 와서 한다. “이제 가자.” 시간이 되면 스스로 끝내고 간다. 전원 스위치도 꼭 내린다. 유치원생은 물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 
  가방 멘 채 아이스하키 한 판 하고 교실로 가는 아이를 보면 이 게임을 추천하길 잘했다 싶다. 긴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순간이라도 몰입하고, 재미있다 느끼는 곳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창문을 닫아도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틱 부딪치는 소리는 교무실에 그대로 들린다. 교무실에서 일하는 업무지원팀에게는 방해될 때도 있지만 아무도 불만을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소리와 그 모습만 보고 덩달아 재미있어하고, 좋아한다. 오히려 “선생님, 한 판 해요.”하는 아이의 도전(?), 요청이 반갑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교직원은 아이들을 이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대한다는 걸 자주 느낀다. 또 “선생님, 시끄러워요?”라며 게임을 멈추고 물어보는 아이도 있는 우리 학교. 이런 교직원,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 참 좋다. 

■ 보통 신발 신고
  점심시간, 복도에 걸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돌아보니, 3학년 ★★였다. 
“저, 3, 4학년 50미터 달리기에서 1등 했어요. 신발도 그냥 보통 신발이었는데... 제가 제일 빨랐어요.”
“정말!! 신발도 보통 신발이었는데, 1등을 했어?” 
  조금 큰 소리로 보통 신발이었다는 걸 나도 강조했다. 
“네. 4학년 ●● 형도 있는데...”
“그러게. 4학년 ●●보다 빨랐네.”
  ★★가 제 다리를 내려다보며 “제 다리가 좀 길어서 그런가 봐요.” 했다. 
“다리가 길다고 꼭 달리기 잘하는 건 아닌데... 네가 달리기에 재능이 있나 보다. 그때 기분이 어땠어?”
“좋았어요.”
“그랬겠다, 축하해. 네 소식을 알려 줘서 고마워!” (20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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