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대처럼 평등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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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대처럼 평등한 세상
  • 한들신문
  • 승인 2021.11.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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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처럼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형평운동의 구호였다. 형평운동은 백정들이 차별을 철폐하자며 벌인 운동이다. 1923년 진주에서 시작되었고, 거창에도 조선형평사 거창지부가 있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의 평등 욕구만큼 강한 것도 없었다. 서양에서는 고대 로마제국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유명하거니와 우리 역사에도 고려 시대 만적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라고 외치며 개경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후 근대사회에서 정치적 사회적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서,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적 평등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경제적 평등을 논할 수준이 되었다. 이미 한국의 경제력을 세계 10위 권이며, 국력이 세계 8위로, 전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한 나라다. 이것은 이미 유엔에서 인정한 사실이니 놀랍기는 하지만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 또한 한류 열풍이 거세다. 비티에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영화 기생충이 비유럽권 영화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석권했고, 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세계 각국의 차트를 석권했다. 한류는 전 영역으로 확산되어 ‘코리아’가 곧 힘이 되었으니, 일찍이 한국 역사상 이런 일이 없었다.
  기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시에 부각된 것은 한국사회의 불평등이었다. 근래 한국이 주목받은 이후 서구 지식인들의 한국 연구가 부쩍 늘어났고, 그들은 한국의 성장 이면에 빈부격차라는 그늘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러고 보니, 영화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의 사회에서 빈자가 ‘기생충’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극적으로 표현했고, 오징어 게임에 이르러서는 빚쟁이들이 생명을 걸고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한국 현실을 표현했다. 그들은 또 그 원인이 독재정권과 재벌 위주의 수출경제에서 비롯되었음을 분석해 냈다. 그러니, 한국은 선진국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불평등도 두드러진 셈이다. 그만큼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제 그 해결을 도모할 때다.

  경제적 평등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미 우리의 선조들은 끊임없이 경제적으로 평등한 세상을 추구해 왔다. 그 기본 사상을 맹자에게서 얻어왔으니, 이름하여 ‘항산’이다. 맹자라는 책에서 나온 말인데, 요약하면 이렇다. 선비는 일정한 재산이나 직업(恒産)이 없더라도 일정한 마음(恒心)을 유지할 수 있지만, 백성은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으니, 국가에서 백성에게 일정한 토지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균전론이었다. 균전(均田)이란 말 그대로 농민에게 토지를 고르게 나누어주자는 말이었다. 그 내용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에게서 더욱 선명해졌으니, 유형원의 균전론은 그 이상을 되살린 것이었고, 이익의 한전론은 토지 소유를 제한하자는 실천론이었고, 정약용의 여전론에 이르러서는 모든 농민이 모든 토지를 함께 소유하여 경작하자는 주장이었으니, 사실상 공산주의 사상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정약용과 같은 시대, 서양에서는 마르크스가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의 빈곤이 심각해지자, 영국과 프랑스의 오엔, 생시몽, 푸리에와 같은 사람들은 사회주의를 주창했으며, 이어서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를 세우자는 그 유명한 ‘공산당 선언’을 발표했다. 뒤를 이은 레닌이 마침내 러시아 혁명을 성공시켰으니, 인류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였다. 반면, 오엔의 사상을 계승한 이들은 합법적으로 사회주의를 이룩했으니, 오늘날 북유럽 3국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은 우리 독립운동가에게 영향을 주어 독립운동의 한 축을 형성했으니, 한국인의 평등사상 고양에 무관하지 않았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평등사상 속에서 세워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평등사상이었으니, 곧 ‘삼균주의’였다. 1941년 일제의 패망이 뚜렷해지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건국이념으로 ‘건국강령’을 발표했다. 그 핵심 내용은 조소앙의 삼균주의였으니, 독립한 후, 정치가 평등한 나라, 경제가 평등한 나라, 교육이 평등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금 그러한 나라가 되었는가? 최근 집값 파동에서 보듯이, 삼균주의에 비추어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다. 향후 한국인의 역사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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