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48)「알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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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48)「알사탕」
  • 한들신문
  • 승인 2019.12.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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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성장 이야기
백희나 글/그림
책 읽는 곰
2017

가을인가 싶더니 곱던 단풍잎은 다 떨어지고 빈 가지만 앙상하고 찬바람이 부는 겨울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웅크려 드는 몸과 마음을 조금은 녹여 줄 그림책 한편 소개해 보려 합니다. 구름빵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입니다.

요즘의 과자 이름들과 비교하면 촌스럽고 새로울 것 없는 알사탕은 70,80년대 학교 앞 문방구에 단골 과자였습니다. 사탕의 색깔도 색소가 진하게 들어가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딱입니다. 이런 알사탕이 책 제목이고 이야기의 중심 소재이라니 궁금함에 얼른 책을 열어 보았습니다.

책을 열면 면지에 놀이터가 보입니다. 아이들은 한 명도 없고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들과 바닥에 떨어진 단풍잎이 가을의 쓸쓸함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동동이란 아이의 독백이 들려옵니다.

 

나는 혼자 논다. 혼자 노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들은 구슬치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만날 자기들끼리만 논다. 그래서 그냥 혼자 놀기로 했다.”

 

이렇게 이야기한 동동이는 친구들과 여럿이 해야 재미있는 구슬치기 놀이를 혼자 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유일한 친구인가 봅니다. 아이는 혼자 노는 것이 싫증이 났는지 문방구에 구슬을 구경하러 갑니다. 그러다 구슬과 모양이 똑같은 달콤한 알사탕을 여러 알 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뭐부터 먹어 볼까 고민을 하다가 사탕을 하나 입에 넣은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거실 소파 무늬 사탕을 먹었더니 소파가 말을 걸어옵니다. 오늘 아침 아빠가 그렇게 찾던 TV 리모컨이 옆구리에 끼어 있으니 빼내어 달라하고 소파에 앉아 방귀 뀌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방구쟁이 아빠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첫 번째 사탕이 다 녹고 다음으로 고른 것은 얼룩덜룩 무늬 사탕입니다. 이번에는 누구일까요?

상상하신 대로 동동이랑 8년을 함께 산 강아지 구슬이 입니다.

둘은 오후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놀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니 아빠는 동동아!”를 한번 부르시더니 랩퍼처럼 잔소리를 쉬지 않고 쏟아 냅니다. 작가는 아빠의 잔소리 장면을 딱딱한 정자체로 한 바닥 빽빽이 적어서 보여줍니다.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이라는 포장으로 위장해 내뱉는 잔소리가 공감이 가면서 엄마인 나의 얼굴을 뜨겁게 합니다.

 

, 지겨워. 이건 복수다!”

 

동동이는 자가 맘을 닮은 까칠한 사탕을 입에 넣었습니다. 순간 ㅅㄹㅎ, ㅅㄹㅎ, ㅅㄹㅎ이 계속 들려옵니다. 이 초성들은 무슨 뜻일까요?

아빠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입니다. 아빠에게 복수하려고 먹은 사탕의 달콤한 만큼 아빠의 속마음을 확인한 동동이는 설거지하는 아빠를 뒤에서 꼭 껴안아 줍니다. 눈물이 나도록 가슴 찡한 장면입니다.

핑크색 사탕 껌은 얼마 전 멀리 떠난 할머니도 만나게 해 줍니다. 껌이라 식탁 밑에 붙여 두어 할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언제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다음 입에 넣은 사탕의 주인공은 놀이터의 단풍잎입니다. 바람에 떨어지며 안녕! 안녕! 안녕!” 수없이 인사를 던집니다.

마지막 남은 투명한 사탕은 다 먹어 가도록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밖으로 뱉어 냅니다.

 

나랑 같이 놀래?”

 

친구에게 놀자고 먼저 다가간 동동이는 이제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 논다가 아니라 이제는 나랑 놀래?”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부모들은 아이를 본인들이 키운다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스스로 자라고 있었나 봅니다.

알사탕에 담긴 신기한 힘으로 알게 된 주변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동동이는 한 뼘 성장했습니다. 알사탕은 아이들과 어른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가슴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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