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검찰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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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검찰 권력
  • 한들신문
  • 승인 2019.12.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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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행동

지난 8월 초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본인의 논문 표절, 사노맹 사건, 부인의 사모펀드와 동양대 표창장 위조, 동생 위장이혼, 딸과 아들의 입시비리 의혹이 온 언론을 도배했다.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것부터 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가 시작되더니 급기야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검찰이 조국 가족 주변 30여 곳을 압수 수색하고 수사인력 70여 명을 투입했다는 언론 기사는 마치 조국과 그 가족 구성원에게 범죄 집단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검찰 소관 부서인 법무부 장관 지명자 자택까지 검찰이 전격 압수 수색하는 초유의 사태를 보고 서슬 퍼런 검찰 권력의 무서움을 실감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검찰의 통상적 행태, 동일한 대통령이 임명한 부처 수장이란 점에 비추어 분명 희한한 일임이 분명한데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잠시 혼란이 왔다.

조국 범죄 가족을 처단하는 것이 정의라 외치는 자칭 애국 보수세력과 민주적 통제에 놓인 검찰 제도, 즉 검찰개혁을 정의라 부르짖는 촛불 세력의 극단적 대치를 보고 과연 어느 쪽이 정의인지 시민들은 헷갈려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를 주장하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의 목소리에서 나의 정의는 어디를 향하는가? 진실게임의 회오리에 빠진 우리들은 잠시 가치관의 흔들림도 경험했으리라.

장관이란 자리는 본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사생활이 탈탈 털리는 오싹한 경험을 감수해야 오를 수 있는 자리란 걸 목도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을 해부할 정도의 검찰의 날 선 검과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며 가슴을 콕콕 찌르는 법조기자의 날카로운 펜이 과도하다는 느낌에 무게가 더 실린다.

최고의 엘리트와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하고 대다수 언론 동조 세력을 등에 업은 길고 긴 검찰 특수부 조사 결과 치고는 검찰의 공소장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반면에 조국 가족의 명예에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겼지만 어느 언론도 그 점에는 관심도 없다. 어쩌면 우리들 누구든지 검찰이 작정하면 수많은 죄목을 적시한 공소장으로 옭아맬 수 있다는 사실에 검찰 권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죄의 유무가 확정되지 않은 체 의심만 받고 있는 피의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흘리는 행위, 어느 것 하나라도 걸리기만 바라고 마구잡이로 압수 수색하는 먼지떨이 수사, 사전에 포착한 혐의와 다른 쪽으로 수사 방향을 틀어 구속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별건수사, 혐의자 주변의 사람을 포괄적으로 포함시켜 혐의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주변 털기조사, 목표를 향해서 거침없이 권력을 휘두르는 표적수사.

조국 수사 과정에서 독점적 권력을 가진 검찰은 비인권적이고 국민에 통제받지 않은 비민주적 수사방식을 다 보여준 셈인 것 같다.

한편 검찰이 조국을 심각한 범죄자로 추정했고 철저한 조사로 그를 구속시키는 것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 판단했을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의를 위해서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것에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검찰식 사고방식에 동조하기 어렵다. 나아가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의 통제에서 벗어난 특별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는 검찰에 동의하기도 어렵다.

정의를 외치고 실현하는 방식이 민주적일 때 타인의 정의에 승복 가능한 것이지 일방적이고 권력적 방식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것이 국민의 민주적 통제 범위 안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검찰 조직을 만드는 검찰 개혁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일 것이다.

어렵게 잡은 권력의 일부를 떼어주더라도 선거제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비추었던 대연정, 첨예하게 대립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주장과 의견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우선시했던 노무현의 선견지명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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