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팝콘】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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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팝콘】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고 (2)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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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미정

만나는 사람마다 말이 다 다르니 아르망도 너무 혼란스럽다. 머저리 박사는 고흐가 맞은 총상은 누군가가 멀리서 쏘아서 남은 상흔이라고 주장한다. 고흐는 귀를 자른 후, 동네 소년들에게 놀림을 받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에도 괴롭힘을 당했다. 르네라는 소년이 총을 쏘았지만, 고흐는 아이들의 소행을 덮어주려고 함구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총상을 입고 돌아오면서 어쩌면 이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야라고 중얼거렸다고 라부 여관의 아들린이 증언했다. 가셰 박사는 자살로 몰아가려고 하고 그 외의 사람들은 자살했을 리 없다고 증언을 했다.

고흐의 무덤으로 가던 마르그리트를 만난 아르망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뭔가를 숨기고 회피하기만 하던 그녀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고흐가 천재였음을 자신은 알아봤다고 고백하고 그와의 미묘한 감정을 느꼈음이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다.

여관집 딸 아들린은 지역 여관주인과 결혼했고, 후에 빈센트의 임종을 목격한 사람으로 유명해졌다. 마르그리트는 아버지의 집에서 살았고 빈센트가 그린 자신의 피아노 치는 모습의 그림을 44년 동안 자신의 침실에 걸어놓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가셰 박사의 컬렉션이 프랑스에 기증되었을 때, 전문가들은 가셰의 복제품과 빈센트의 진품을 구분해야 했다. 부유한 은행가가 된 르네는 죽기 직전 자신이 10대 때 빈센트를 지독하게 괴롭혔음을 인정했다. ‘난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원한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라고 했던 빈센트 반 고흐.

테오 부인이 출판하려고 편지를 모으고 있었다. 아르망 룰랭은 튀니지로 이주해 평생 경찰로 일생을 보냈다. 고흐는 우체부 룰랭 노병이 젊은 군인을 대하듯 나를 대해 주었다.’고 했다. 고흐는 평생을 부모에게 인정받고자 노력했지만, 고독 속에 살았다. 하물며 그의 어머니는 그의 죽음이 임박했을 때조차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를 존경하고 후원했던 동생 테오가 있어 그는 덜 외롭고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성 간의 사랑에서도 늘 일방적인 열정이거나 실패만 겪곤 했는데, 가셰 박사의 딸 마르그리트와 예술을 이야기하며 사랑을 키우려고 했음을 이 영화는 넌지시 일러준다.

이 영화는 현재를 색채가 있는 영상으로 처리하고 회상 부분을 흑백 톤으로 처리한다. 살아있을 때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고, 고독 속에서 그리고 또 그리고 그리는 일밖에 몰랐던 고흐를 지금은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열광한다. 자신은 고독과 굶주림의 일생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이 영화는 수많은 예술가가 고흐에게 바치는 찬가이며 오마주이며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다.

11월에 이 영화를 봤는데 유독 올해는 단풍 빛이 투명하고 고왔다. 그중에 은행 나뭇잎의 샛노란 색은 어찌 그리 고흐의 노랑을 닮았던지. 만추에도 은행잎과 발치에 한가득 쌓인 노랑의 융단을 보면서 고흐의 고독을 그의 외로움을 얼마나 생각했는지. 환함 속에서 바라보는 터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둠의 덩어리이듯이 그 환한 노랑 속에서 그의 피맺힌 고뇌를 본다. 이 영화와 곁들여 읽으면 더욱 고흐의 곁으로 갈 수 있는 책이 있다. 정여울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이다. 그에 관한 책도 많고 영화도 여럿이지만 그 어느 것도 외면할 수 없어 설레는 가슴이 되곤 한다. 위대한 예술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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