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게 할 수 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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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할 수 밖에 없잖아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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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훈자
파키스탄 훈자

제가 머물고 있는 곳은 카림아바드 인입니다. 파키스탄 훈자에서도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지요. 여기에는 ‘Food Book’ 이라는 것이 있는데 숙박하는 사람마다 이 책의 한 페이지를 가집니다. 거기에 머무는 동안 주문해 먹은 것을 다 적고 체크아웃할 때 한꺼번에 계산합니다.

그런데 재미난 건 숙소 주인이라는 사람이 식사 주문을 받으면 곧장 주방으로 간다는 거지요. ‘Food Book’에 적으란 말도 없고 적었냐는 말도 없습니다. 언제 뭘 얼마나 주문해 먹었는지 저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더 한 것은 계산할 때입니다. ‘Food Book’을 보고 계산해서 돈을 달라고 합니다.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으니 같이 있을 때 계산하자 해도 괜찮다고 웃는 숙소 주인 후세인과 그의 동생.

어휴, 이쯤 되니 알아서 잘 적어야겠다 싶습니다. 전적으로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는 정직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토스트 두 개가 1인분인 줄 알고 토스트 1인분이라고 적었다가 한 개가 1인분이라는 이야기를 숙소에 머물고 있는 여행자 창민 씨에게 들었습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평온한 후세인 얼굴 한 번 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Food Book’ 내용을 스스로 고쳤습니다. 계산 착오로 돈 더 주면 아싸!” 하고 받기도 하는 저라도 이 친구들의 마음씨 앞에선 정직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2014.07.03

파키스탄에 다녀왔다고 하면 다들 거기 위험하지 않아?” 하고 경계하며 묻습니다. 탈레반과 테러 세력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실제 여행자는 분쟁 지역엔 가지 않거니와 분쟁 지역을 제외하면 보통 사람 사는 곳일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40도가 다 되어가는 마당에 저 멀리서 친구를 만나면 반갑게 달려와 포옹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웃는 얼굴이 어디든 있습니다.

파키스탄 훈자 지역은 스물세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일곱 번의 여권 검사를 했음에도 수많은 여행지 중 돌아오면서 울었던 유일한 곳입니다. 마음이 선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도 제 마음이 평안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웃는구나 싶어 더 고마워집니다. 한들신문 독자 분들도 누군가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복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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