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마을대동회’에서 일어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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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마을대동회’에서 일어난 일
  • 한들신문
  • 승인 2020.01.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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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여성농민회 회장 박정숙
거창군여성농민회 회장 박정숙

 

매년 12월 말이면 마을마다 대동회가 열린다. 대동회는 1년 동안의 마을 살림을 정리하고 이장,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등 임원을 선출하고 단합과 화합을 하는 시간이다. 말 그대로 1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마을의 큰 행사이다.

이렇게 좋은 행사에 편안한 맘으로 참여하고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의사권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무엇인가 불편함으로 의사권을 가지고도 참여하기가 힘이 든다. 우리 마을 같은 경우 마을이 크고 농촌 마을 치고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사는 편이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의사결정권은 남자 어르신들이나 중년 남성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간혹 목소리가 크고 강직한 부녀회 회장님 의견을 보태는 경우는 있지만 말이다.

특히나 우리같이 젊은 여성들은 아침 일찍 나가 음식 준비로 시작해서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동회를 참석하는 것이다.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음식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남자 어르신부터 중장년 남성분들, 다음은 여자 어르신들 챙겨드리고 대충 치우고 앉아서 먹으려고 하면 농협 직원들이랑 면 직원들이 식사 시간이라 마을별로 인사차 온다. 먹던 숟가락 놓고 그들 식사까지 챙겨 드려야 한다.

음식 준비에 어르신들 챙기는 일은 당연하다 치더라도 먹던 숟가락 놓고 바쁘게 농협 직원, 면 직원들이 먼저가 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 젊은 새댁들끼리 구시렁거린다. 이것이 마을 인심이라 치더라도 마을 여성노인회 어머니들이 아이고 새댁들 고생하는데 먼저 먹고 천천히 챙기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손님 왔다고 빨리 챙겨야 한다고 난리다.

면 직원, 농협 직원들이 다 와서 먹고 가야만 젊은 여성들은 겨우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다. 먹고 난 다음도 빈 그릇들은 오롯이 우리들의 몫이다. 그 누구도 치워주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우리도 먹고 숟가락 하나 치우지 않고 제자리를 떠난다면 과연 우리의 설거지는 누가 해줄까? 뒤에서 얼마나 많이 구시렁구시렁 거릴까? 아마도 그렇게 놔두고 나올 동네 새댁들도 없겠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일 잘하는 동네 언니들이 존경스럽다. 내 눈에는 왜 이런 것들이 거슬리는지. 이것은 나 혼자만의 불편함일까?

마을 대동회는 마을 주민이 주인이고 마을 공동체는 하나이다. 한쪽의 희생만을 강요하거나 강요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을 나눠서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동회에 의사권을 가지고 다 같이 참여하고 회의 마치고 다 같이 음식 준비하고 챙기고 다 같이 나눠 먹는 대동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성 평등 교육을 지속해서 하여 불편함이 당연한 게 아니라 불편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성적으로 평등한 마을 공동체가 언제쯤 가능해질까? 내년엔 동네 새댁들과 이야기해서 우리도 우리 먹은 밥상 치우지 말고 그냥 살포시 나와보자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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