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콜릿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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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콜릿 킬러
  • 한들신문
  • 승인 2020.02.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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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에블로 젤라또 전효민
프랑스 초콜렛 장인 페트릭 로저 샵에서
프랑스 초콜렛 장인 페트릭 로저 샵에서

무궁 씨는 초콜릿을 좋아합니다. 얼마나 좋아하냐면?파키스탄에서 불현듯 이렇게 좋아하는데 만들어 먹을 생각을 왜 안 했지? 깨닫고?카카오 볶아 초콜릿 만들 궁리를 하고 있으니 말 다 한 것 아니겠습니까. 마침 무궁 씨 커피 스승님께서?카카오를 볶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니,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저는 말이죠.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초콜릿보다는 사탕이 낫다 했습니다.?근데 옆에서 하도 맛있게 먹으니 같이 먹다가 이젠 찾아 먹습니다.?특히 바삭한 초콜릿 크런치류를 좋아합니다.

여행 나오니?달달한 게 땡기는 날이 많고?마트와 초콜릿 가게에서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 구경하다 사기도 합니다. 지금 머무는 아르메니아에서도 물가 대비 싸진 않기만 좋아하니까 사 먹는데 (사기만 하고 거의 못 먹었지만요) 요게요게 요물입니다.

처음 초콜릿 산 날, 단단하게 먹고 싶어 숙소 공용 냉장고에 두었다가 생각나서 찾으니, 어라 사라져버렸습니다. 부글부글 짜증이 나서 바로 슈퍼에 가 초콜릿을 사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열을 식히고?남은 초콜릿은 비닐봉지에 꽁꽁 담아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다음 날,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봉지 안에 다른 먹거리들도 있었건만 먹다 남은 초콜릿만 사라졌습니다.?기분은 좀 나빴지만, 이번엔 숙소에 초콜릿 킬러가 있나 보다 하고 웃었습니다.?다행으로 경민이가 선물로 준 귀한 초콜릿은?다 가져가지 않고 상자 뚜껑 열어 몇 알만 가져간 것에 감사하며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전 산책길에 들린 슈퍼에서 70% 노 슈가(no sugar) 초콜릿을 또 사가져 온 우리. 왠 여유가 마음에 생겨 또 가져갈지 보이는 곳에 넣어볼까? 하고 한 조각씩 입에 무는데?문득 진짜 초콜릿 킬러는 가져가는 그놈일까 자꾸 사는 우리일까??하는 엉뚱한 생각에 웃습니다.

초콜릿 도난당하는 일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자세가 달라지는 쌉쌀 달콤한 경험을 하며 기분 좋게 한 조각 입에 무는 우리는 초콜릿 킬러 2014. 09. 01


터키에서 유럽으로 넘어가기 전, 이스탄불에서 원을 그리듯 터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러면서 인근에 있는 코카서스 3국 중 조지아, 아르메니아에 머물렀습니다. 초콜릿 도난 사건은 아르메니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초콜릿을 만들어 먹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린 것은 파키스탄입니다. 이후 전 세계 카카오 최대 생산국인 에콰도르에서 카카오 농장과 카카오 탐구에 참여하게 됩니다. 초콜릿에 대한 흥미는 깊어졌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도 신경 써서 많이 먹었습니다. 지금은 초콜릿을 만들어 팔고 있으니 과거는 현재의 징검돌이라는 말이 뿌에블로 초콜릿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여행은 때로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들여다볼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 찾은 것들을 지금의 삶에서 잘 펼칠 수 있게 허락되어 기쁩니다.

2020. 0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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