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 인생의 방부제】‘오들리 부인의 비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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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 인생의 방부제】‘오들리 부인의 비밀’을 읽고
  • 한들신문
  • 승인 2020.02.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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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미정

 

이 작품은 영국의 빅토리아 조 시대의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선정소설이다. 고전의 반열에서 무시당하며 소외되다가 대중문화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가장 탁월한 선정소설로 평가를 받은 메리 엘리자베스 브래든의 작품이다.

미모와 지성과 우아함을 겸비한 여성이 자신의 자산을 이용하여 신분 상승을 꿈꾸는 일은 오늘이나 그 시대나 변함이 없다. 루시는 가난한 군인의 딸로 태어나 가난을 벗어나고자 기마병 출신 조지 톨보이즈와 결혼을 하지만, 그녀와의 결혼을 반대한 엄격한 아버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과 관계를 끊긴 조지는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아기와 아내를 방치하고 호주로 떠난다. 버림받았다고 느낀 그녀는 아기를 친정아버지에게 맡기고 자신은 이름과 신분을 바꿔 도우슨 의사의 집으로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상냥하고 예의 바르며 교양 있는 그녀를 모든 사람이 호의를 가지고 대하고,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도우슨 의사는 그의 친구인 오들리 경과 루시를 맺어준다. 첫눈에 반해 버린 마이클 오들리 경은 그녀와 결혼하여 그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삶을 보장해 준 것이다.

오들리 경에게는 아끼는 조카 로버트가 있다. 그는 조지의 둘도 없는 친구인데 새로 맞은 백모를 뵙기 위해 친구와 백부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 집에 머무는 동안 친구 조지가 실종된다. 로버트는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단 한 건의 일거리도 맡아 본 적도 없는 한량이며, 해포석 파이프, 터키산 담배, 프랑스 소설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던 그가 조지의 실종이 백모인 루시 오들리와 연관되어 있음을 눈치채고, 그녀의 과거를 캐기 시작한다. 생에 대해 단 한 번의 열정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가 열의를 가지고 행적을 조사해나간다. 여리고 아름다운 여인의 내면은 똬리를 튼 뱀의 차가움과 여우의 교활함이 차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기심과 욕망에 거슬리는 사람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도 불사하는 그런 악마였다. 거기다 그녀 엄마의 정신 병력을 그대로 물려받아 자신의 삶을 좀먹는 여인이었다. 신분 상승을 위해 자신의 아이마저 버릴 수 있는 여자. 자신의 신분이 탄로 날까 전남편도 제거해버리는 여자. 그 사실을 알게 된 마이클 경은 영국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고 그 여인에 대한 처분은 조카에게 맡기며 사적으로 조용히 처리되기를 바란다. 집안의 위신과 안녕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해주기를 바란다.

오들리 부인은 국경선을 넘어, 벨기에의 어느 정신병원에 갇혀 시들듯이 목숨을 놓는다. 죽은 줄만 알았던 조지는 여관주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외국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 죽음의 행방을 쫓는 여정에서 만난 클라라 톨즈보이와 사랑에 빠진 로버트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고, 신혼여행지로 호주로 잡아 친구를 찾아오자고 친구의 여동생과 아버지를 설득한다. 로버트를 찾아온 조지는 자신의 지난날을 고백하며 진정한 우정을 느낀 유일한 사람 로버트와 같이 생을 영위한다. 물론 아들도 함께 데려와 살며 클라라가 낳은 아기도 함께 모여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실종으로 탐정소설의 여정을 밟아 나가는 긴박함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생생하였다. 이야기의 도입부에서 오들리 부인을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여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다. 그 이후의 줄거리는 탄탄한 구성과 탄력 있게 이끌어나가는 이야기의 진행이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책을 읽는 일은 그 시대가 어느 시기라 하더라도 훌쩍 빠져들어 인물들과 동고동락하는 일이다. 이 첨단의 시기에 지나온 한 시절 속으로 들어가 그 시절의 사람으로 가상체험을 한번 해보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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