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자박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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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자박자박
  • 한들신문
  • 승인 2020.03.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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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에블로 젤라또 전효민
2014.10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2014.10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하늘의 별과 달 동무 삼는 이른 새벽

자박자박 돌밭 길을 걸어갑니다.

 

새들마저 잠들어 고요한 새벽

사박자박 돌밭 걷는 소리 크게 들립니다.

 

귓가에 저 걷는 소리만 가득하다.

잠시 멈추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자박자박

누군가 걷고 있는 소리

나처럼 걸어오고 있다는 게 반가워요

2014.10.18.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 꼭 가고 싶은 곳으로 히말라야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꼽았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장으로 이동해 34일간 800km를 걸었습니다. 순례길 걷는 중 우기가 시작되어 보름 동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비를 맞았습니다. 우산은 없었습니다. 순례자를 위한 숙소(알베르게)는 하루 만 머물 수 있고 오전 10시 전에는 나와야 하는 게 기본 규칙입니다. 매일 아침 다시 가방을 메고 길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좋았습니다.

순례자들은 대게 새벽에 출발합니다. 한낮의 햇빛 아래서 걷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저희도 어스름한 새벽녘에 출발할 때가 많았습니다. 인적 드물고 고요한 길, 내 발소리만 듣고 가다 보면 좀 외롭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돌멩이로 하트를 그려 놓은 걸 보면 그렇게 반가웠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 또한 그랬습니다. 나와 관계있는 사람뿐 아니라 그냥 사람의 존재도 내게 안정감을 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하는 기쁨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싶습니다. 그러다 자박자박 누군가 걷고 있는 소리에 다시 반가운 마음, 안정되는 기분을 느끼는 날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한들신문 독자분들 중에서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셨거나 관심 두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서너 편 나누겠습니다. 재미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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