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7)「우리 순이 어디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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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57)「우리 순이 어디 가니」
  • 한들신문
  • 승인 2020.04.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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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윤
윤구병 글 /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3
윤구병 글 /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3

쑥버무리와 막걸리 한 사발

봄입니다.

건계정 산책길에 꽃들이 만발해 눈이 부시고 입가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노래가 자꾸 흘러나옵니다.

봄 하면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어 소개해 보려 합니다. 1999330일 봄날 세상에 나온 <우리 순이 어디 가니>라는 책입니다. 20년이 지나 다시 꺼내든 책 내용이 고향의 봄을 추억하게 합니다. 그림 소재로 쓰인 파스텔의 질감이 추억이라는 느낌을 더 살려 주고 있습니다. 윤구병 선생님의 편안하고 소박한 문체와 이태준 화가가 세밀화로 섬세하게 표현한 그림이 만나서 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책 표지에 산골 마을 풍경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돌담을 사이에 두고 안쪽으로 복숭아꽃, 살구꽃, 배꽃들이 피어 있는 집이 반쯤 보이고 앞쪽으로 할머니와 순이는 쑥을 뜯고, 어린 동생은 민들레꽃에 시선이 멈추어 있습니다. 저 멀리 노란 개나리꽃도 활짝 피어 봄이 왔다고 어서 놀러 나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면지 역시 봄 풍경으로 양면 가득 채우고 있고 다음 장면은 노란 티셔츠를 입은 순이가 양은 주전자를 들고 심부름 가는 길인데 같이 갈래?”하고 물으며 쳐다봅니다. 우리 같이 순이를 따라가 볼까요?

할아버지랑 아버지는 고개 넘어 산 밭에 밭 갈러 가시고 할머니랑 뜯은 쑥은 엄마의 손을 거치니 맛있는 쑥버무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엄마는 함지박에 쑥버무리랑 김치 한 사발을 담아서 머리에 이고, 순이는 주전자를 들고 자박자박 타박타박 걸어 새참을 갖다 드리러 나섰습니다. 집을 막 나서는데 돌담 위에서 다람쥐가 우리 순이 어디 가니? 하고 묻습니다. 어린 순이는 대답 없이 할아버지 드실 막걸리 주전자를 들어 올려 보입니다. 돌돌돌 냇물 따라, 광대나물 솜방망이 꽃길 따라 막걸리 쏟아질라 조심조심 가는데 뽕나무 위 청개구리도, 당산나무 옆 장승들도, 미나리꽝 옆 무논에 백로랑, 산 밭 옆 나무꼭대기 새들도 묻습니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아 순이 발걸음을 경쾌하게 합니다. 순이랑 같이 걸어온 길이 초등시절 봄 소풍으로 갔던 학교 뒤 산길과 닮아서 신이 나서 따라왔습니다. 봄꽃이 어우러진 시골 풍경에 농사 준비로 바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그때 순이 목소리가 들립니다.

할아버지 새참 드세요.”

밭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모두 무덤가에 둘러앉아 새참을 먹습니다. 할아버지는 순이가 들고 온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먼저 드십니다. 아버지는 달달하고 쫀득한 쑥버무리를 크게 한 젓가락 뜨십니다. 지금은 전화 한 통이면 논, 밭으로 간식이며, 점심이 배달되어 편하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엄마랑 같이 새참이나 점심을 이고 들고 걸어가는 수고로움 속에 즐거움도 많았습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풀, , 나무 이름을 엄마는 줄줄 알려주셨습니다. 찔레순도 꺾어 먹고 보리피리도 불고 나비 따라 꽃구경도 했습니다.

그 시절엔 시골에 흔한 봄 풍경이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반갑고 고마운 책입니다. 봄나들이 가고 싶어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불편한 요즘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우리 순이 어디 가니>를 읽으며 봄 추억을 함께 나누는 건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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