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두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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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두 권의 책
  • 한들신문
  • 승인 2020.05.0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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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소비자주권행동

427일 광주 옛 전남도청5·18 민주광장에는 무릎 꿇고 쇠창살에 갇힌 전두환의 동상이 설치되었다. 이 동상은 20191212·12 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오월 단체들이 제작했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된다. 40년간 일관되게 본인의 잘못에 관해 사죄는커녕 허위 주장을 일삼는 모습은 온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넘어 시대를 우롱하고 있다.

이날 전두환의 광주지법 출석은 20174월에 펴낸 그의 회고록 <혼돈의 시대> 때문이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등으로 표현한 부분에 관한 명예훼손 혐의형사재판에 출석하는 것이다. 1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선 전두환 재판의 핵심 쟁점은 헬기 사격이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전두환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먼저 밝혀야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잊을만하면 언론을 통해 비상식적 행동을 보여줘 우리를 분노케 하는 묘한 능력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국방부 5·18특조위는 5개월간 진상조사를 통해 육군이 1980521527일 광주 시민에게 헬기 사격을 했고, 공군이 무장전투기를 대기시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즉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전일빌딩 10층에서 150개 넘는 탄흔을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 또한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루어졌다고 기록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광주진압 상황을 보고받은 전 씨가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은 거짓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무척이나 일관되게 그런 일이 없다”, “나는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전두환 씨가 정말로 알츠하이머에 걸렸으리라 믿고 싶다.

전두환 씨는 지난해 311일 열린 첫 공판에서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가 말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가 누군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며칠 있으면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된다. 이제 법정에서 전두환 씨가 진정으로 밝혀야 하는 것은 진정한 참회와 사과다.

40년 전 그날의 기록을 거짓과 왜곡으로 채운 전두환 씨의 회고록과는 상반된 주장을 담은 한 권의 책 <안병하 평전>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안병하 치안감은 5·18 당시 광주전남지역 치안 총괄책임자로서, 광주항쟁 현장의 상황과 전두환 신군부의 움직임을 경찰 진압 작전 보고와 내부정보망을 통해 속속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있던 그날의 상황을 전두환 씨 회고록에서는, ‘안병하 도경 국장의 전남 경찰이 초기진압에 실패함에 따라 시위가 폭동으로 확대된 것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라고, 무차별 유혈진압으로 확대되는 책임을 경찰에 전가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안병하 평전>의 기술에 따르면 80521일 오후 3시경 안병하 도경 국장은 계엄군의 발포상황을 지켜보다 전남도청 내 경찰의 퇴각 결정을 내린다. 도청 담장을 넘으려는 경찰에게 시민군은 경찰 복장으로 도청을 나가면 위험하다라며 민간인 복장으로 갈아 입혀주었다.

경찰은 시민을 향해 발포할 수 없다라던 치안 담당자 안병하 치안감. 그는 519일 인명피해를 우려해 경찰 무기를 회수해 군부대로 옮기도록 했으며, 집단 발포가 이루어진 521일 경찰 철수를 추진하고, 강경 진압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신군부의 강경 진압 지휘를 거부한 이유로 해직되고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에서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은 후 후유증으로 병상 생활을 하다 1988년 사망했다.

 

나는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던 보안사령관 전두환. 그날 이후 그는 대통령이 되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골프를 치며 자신은 알츠하이머뒤에 숨어 세상을 조롱하고 있다. 2017년에 출간되어 아직도 세간의 화제가 되는 전두환의 회고록 <혼돈의 시대>와 광주항쟁 40년인 올해 5월 출간 예정인 <안병하 평전>은 같은 시대 다른 눈으로 그날을 기록하고 있다. 누가 가면을 쓴 사탄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과 왜곡으로 채워져 있는지 진실을 밝히고, 더는 나쁜 놈이 떵떵거리고 오래 사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세상이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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